“생태하천이 아닌 배수구를 만드는 것 같다”
“생태하천이 아닌 배수구를 만드는 것 같다”
  • 박민호 기자
  • 승인 2013.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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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포천 ‘고향의 강’ 정비 사업 무늬만 ‘생태하천’

▲ 생태하천을 표방한 ‘고향의 강’ 정비 사업이 오히려 하천의 원형을 훼손, ‘생태계 파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10일 준설작업이 마무리 된 옹포천 공사현장. <박민호 기자>
[제주매일 박민호 기자] 최근 제주 생태하천에 대한 경관 및 환경적가치가 입증되면서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제주시가 생태하천을 복원하겠다며 시작한 정비 사업이 오히려 하천의 원형을 훼손해 ‘생태계 파괴’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 4대강 지류 인근 하천에 대해 ‘고향의 강’이란 이름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은 국토해양부가 사업비의 60%를 지원, 1999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 3800여 곳에 10조7728억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지방하천 정비 사업이다.

제주에선 2010년 4월 한림읍 옹포천이 전국 15개 지역하천과 함께 선도 사업 대상 하천으로 선정돼 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이 시작되자 제주시는 2011년 보도자료를 통해 옹포천을 지역의 역사와 문화,  생태를 살리고 홍수예방을 위한 하천으로 복원해 지역의 랜드마크적인 생태하천으로 만들겠다고 밝힌바 있다.

옹포천 ‘고향의 강’ 정비 사업은 총 연장 6.4㎞ 중 하류 지역 1.5㎞ 구간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며 총 99억7400만원을 투입, 내년 4월까지 진행된다.

하지만 현장 확인결과 옹포천 ‘고향의 강’ 정비 사업은 제주시가 밝힌 생태하천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현재 호안공사(둑이 유수에 의한 침식(투)을 막기 위한 구조물) 및 교량 공사 등은 공사가 마무리 됐고 생태체험공원과, 어울 공원 등 부대시설물 공사 진행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하천공사를 진행하면서 장비 진입 등의 이유로 대규모 준설 작업을 진행, 사실상 하천의 원형을 훼손해 버린 것. 이 때문에 은어 등 수중생물들의 보금자리가 사라지는 등 하천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하천의 폭을 넓이고 바닥을 평평하게 만드는 이 같은 공사는 유속이 빨라져 오히려 하천 범람 우려가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국장은 “옹포천 정비의 가장 큰 문제는 이미 하천의 원형이 훼손됐다는 것”이라며 “이는 생태하천이 아닌 배수구를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태하천 복원은 관련 기술(공법)의 문제가 아니라 지자체의 정책적 의지의 문제”라며 “이정도 규모의 사업비라면 하천 인근 토지를 매입, 완충지대를 만들어 자연 상태의 원형을 보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하천바닥에 토사를 제거하고, 장비 진입 등을 위해 부득이하게 준설하게 됐다”며 “나머지 공사(생태․어울 공원 등)가 마무리되면 생태하천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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