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초년생이 바라본 우리 사회의 운전문화 자화상
경찰초년생이 바라본 우리 사회의 운전문화 자화상
  • 제주매일
  • 승인 201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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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호(서귀포경찰서 남원파출소 순경)
▲ 오명호(서귀포경찰서 남원파출소 순경)

꽃피는 봄에 시작한 나의 경찰생활이 어느덧 가을을 맞고 있다.
얼마 되지 않은 기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운명을 달리하거나 고통에 시달리는 것을 보아 왔다. 그 이유는 뭘까 하는 의문을 가져보며 그동안 느꼈던 우리사회의 교통운전문화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내가 태어나 살고 있는 제주는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 메카로 자리 잡아 한해에도 천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들이 찾는 세계적 관광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어떤 도시보다 도로가 잘 설계되어 있어 처음 찾은 사람들도 쉽게 원하는 곳까지 찾아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경찰관으로서 현장에서 교통사고예방 근무를 하다 보면 신호위반 또는 중앙선침범 등 교통법규 준수에 소홀히 하는 운전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교통사고 역시 현장에 출동해보면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가 대부분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서귀포경찰서 관내에서도 올해에만 38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사고가 발생할 정도이다.

여기에다 더 심각한 것은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운행하는 차량이 생각외로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안전벨트는 우리가족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주는 생명줄이라 말을 하면서도 우리들은 이를 너무나도 쉽게 무시해 버리고 만다.

흔히들 사고가 나면 ‘뒷좌석은 안전하지 않을까?’하는 안일한 생각이 한몫을 더 한다.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뒷좌석 탑승자도 다칠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개발원 연구 발표에 따르면,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의 상해위험이 안전벨트를 착용했을 때 보다 약 3배 이상 놓은 것으로 나타났고,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으면 벨트를 맸을 때보다 머리는 2.7배, 하체는 4.7배정도 다칠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리고 자동차 충돌실험 결과,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뒷좌석 인형들은 앞으로 심하게 부딪힌 뒤 공중에 떠올랐고, 뒷좌석 동승자는 물론 앞좌석 사람마저 위험에 빠뜨리게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안전벨트 착용률은 아직도 낮은 수순이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국민 대부분이 전 좌석 안전벨트에 익숙하지만 우리나라는 앞좌석은 10명 중 3명이 벨트를 매지 않고 뒷좌석은 10명 중 9명이 매지 않는 실정이라고 한다.

국토교통부에서는 2015년부터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한다고 하지만 이러한 강압적 규제가 있기 전에 우리 스스로 교통법규를 준수하려는 운전자 의식부터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사랑하는 이와 행복을 꿈꾸며 찾은 제주, 이제는 더 이상 교통사고로 인해 행복이 깨지는 일이 없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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