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나갈 것 같지 않던 무더위가 지나고 오지 않을 것 같던 추위가 와서 이젠 두꺼운 옷을 입지 않으면 걸어 다닐 수가 없게 되었다. 오늘은 펄펄 내리는 눈은 아니었지만 진눈깨비가 와서 밖으로 뛰어 나갔는데 금세 비로 변해버렸다. 아쉬웠지만 그 순간에도 눈이 온다는 기쁨이 내 마음에 녹았는지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
오늘따라 세월이 정말 빠르게 흐르는 걸 실감하고 있다. 벌써 올해를 마무리를 해야 할 시간이 가까워서일까? 재촉이라도 하듯이 벌써 거리에는 크리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고 있다.
그런데, 문득 5월에 청렴연수로 찾았던 축령산의 아름다운 추억이 떠올라 잠시 생각에 잠겨 본다. 청백리로 유명한 전남 장성을 통해 배운 교훈과 공직자로서의 삶을 돌아보며 역할에 충실하며 겸손하게 임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돌아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일상으로 되어버린 내 모습에서 그날의 모습이 희미해지는 걸 보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연말이여서 그런지 다시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감사하다. 산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 나에게 산에 대한 매력을 흠뻑 느끼게 했던 곳은 장성에 있는 축령산 길을 걸으면서였다. 참으로 행복감을 느끼고 정화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고 가장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삶에서 더 좋은 것을 추구하고 더 높은 것을 추구하려는 우리네의 모습을 반성하게 한 것은 편백나무에 지어진 딱따구리 집이었다. 정말 작은 구멍에 자기가 살 공간만 만들어서 살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내 학교에서 종이 한 장이이라도 아껴 쓰고 소유의 욕심을 버리면서 나의 이익보다는 남의 이익을 위해 섬기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다시금 돌아보며 엊그제 읽었던 ‘공직자가 청렴하면 청와대도 안 무섭다’라는 책속에 나오는 ‘나를 먼저 바꾸지 않으면 조직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기에 너부터가 아니라 나부터 변해야 한다.’ 는 글귀를 떠올려 본다. 자그마한 것에 만족하며 감사할 줄 아는 삶을 바라기에 김수환 추기경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내가 동료들에게 늘 메시지를 통해 보여주었던 사랑한다, 감사하다. 삽입구를 다시금 되새기며 장성에서 느꼈던 내 마음의 딱딱구리집을 짓고 생활해보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오늘도 힘차게 첫발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