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 공해 부추기는 '거리의 간판'
시각적 공해 부추기는 '거리의 간판'
  • 김원민 논설위원
  • 승인 2005.0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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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고려 없이 자극적인 색채 일색…제주시내 간판문화의 현주소

 흔히 “도시는 선(線)”이라고 일컫지만, 한편 “도시는 간판이다” 라는 말이 실감난다.  로벨게랑 같은 이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대기는 산소와 질소, 그리고 광고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로 간판의 의미를 함축하기도 한다.

 간판은 인류의 문화와 과학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그 재료와 전달 기술 등에 많은 발전이 있어 왔지만 상호 의사전달의 매개체라는 기본개념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간판은 정보전달매체로서 기능 할 뿐만 아니라 그 시각적 표현은 도시미관을 형성하는 한 요소가 된다.

 그런데 도시미관을 만들어 나간다는 간판이 되려 도시경관의 혼란과 무질서를 부추기는 시각공해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시각공해 대상으로 전락 

 사실 우리 나라처럼 간판이 지저분한 나라도 없다고 한다. 간판은 도시미관과 환경을 효율적이고 보다 쾌적하게 조성하는 한 분야로 자리를 잡고 있지만, 반면 간판은 시각적으로 혼란스럽고 불법으로 난무하고 있으니 이율 배반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내 간판의 70% 가량이 불법 광고물이라는 지적은 무엇을 말하는가.

 제주시내도 예외 없이 간판으로 인해 도시는 빈틈없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도시가 곧 간판임을 과시하는 듯 하다.
 단일건물에 개별간판들이 다닥다닥 군집(群集)을 이루고, 간판의 위치가 사람들의 시각을 고려하지 않는 일은 보통이며, 색채도 자극적인 것이 대부분이어서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측면을 노출하고 있는 것이 제주시내 간판문화의 현주소라 하겠다.

 간판은 특정한 장소에 오랫동안 설치되어 일반 소비자에게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보여진다. 시각정보 전달에 의존하는 간판의 내용은 이에 관계되거나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의미 있는 내용이 되나 일반인들에게는 단순한 시각적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이 곧 간판이 시각공해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특히 업소별 과당 경쟁으로 인한 불법간판의 난립은 도시미관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간판이 두드러져야 돈벌이가 된다는 상혼이 가세하면서 주변 경관도 고려하지 않은, 싸구려 재료로 막무가내로 만든 저질 간판들이 판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저질 간판에 의한 시각공해는 우리가 매일 현실적으로 접하면서도 그 피해를 쉽게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도시인들은 어느 샌가 그 공해 속에 동화되어 가고 있는 지 모른다.

작은것과 중간색 사용이 보편 기준

제주시를 포함한 도시 간판의 문제점으로는 먼저 형태의 획일성과 미적(美的) 부조화를 들 수 있다. 간판들이 직사각형 위주의 판에 부착되는 획일적인 형태를 보임으로써 다양성이 없고 건물의 크기나 주변 가로의 넓이 등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또 간판에 들어가는 문자는 형태나 간격배열이 고려되지 않아 가독성(可讀性)을 저하시키고 도시환경의 미적 가치를 저해할 뿐 더러, 자극적이고 제한된 색채를 사용함으로써 사람들의 시각에 부담을 주고 피로를 가중시켜 도시의 모든 공해요소 보다도 간판이 더욱 부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된다.

 그밖에도 간판 자재의 다양성이나 재질감을 상실하고 있는 게 보통이고, 간판 제작자와 업주의 의식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는 것이다.

 간판에 관한 세계 보편적 기준은 업소 당 1개의 간판이고 3㎡ 이하의 크기이며, 대부분 원색이 아닌 중간색이 사용되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간판은 건물과 조화를 이루고 도시경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단순한 광고물이 아닌 건축물과의 관계나 도시계획적 설계 차원에서 제작되고 설치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제주시도 도시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간판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간판의 규모와 형태, 색채에 대한 목표와 관리체계가 도입돼야 하리라 본다. 그래야 제주시도 선진적 도시경관을 만들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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