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주 전(前) 서귀포시장이 3일 기자회견을 자청, 자신이 발설한 ‘내면 거래설’에 대한 핵심 보도 내용들을 대부분 부인했다.
그는 “우근민지사에 대한 선거운동을 도와 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나의 행정 시장직 수행을 도와달라 했을 뿐”이라며 선거지지유도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선거와 서귀포 시장직을 놓고 우(禹)지사와 어떠한 거래를 한 적도, 의견을 나눈 적도 없으며 발언 내용에 오해를 살만한 대목이 있다면 과도한 표현으로 말실수를 한 것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련의 보도들에 대해서도 “일부 언론의 가상적이고 자의적인 추측성 해설 기사일 뿐”이라며 책임을 떠 넘겼다.
이 뿐이 아니다. 한동주 전 시장은 회견 중간 중간에 “우근민 지사님에게 죄송합니다”라는 용비어천가 식(龍飛御天歌 式) 사과의 ‘말씀’을 너 댓 차례나 되풀이 했다. 우근민 지사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메시지를 행간(行間)에 담은 용비어천가 같아 눈길을 끌었다.
한동주 전 시장의 기자회견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도민은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도리어 진실을 호도하려 한다며 불쾌해 하는 도민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한동주 전 시장은 3일의 기자 회견에서 구차한 해명이나 궁색한 변명을 쏟아 낼 것이 아니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대도민(對道民) 진실고백을 했어야 옳았다.
지금은 한동주 시장이 직위를 해제 당해 현직이 아니지만 지난 달 29일 서울에서 있은 재경(在京) 서귀고 동문회 총회에서 문제의 발언을 할 때는 엄연히 서귀포 시장이었고, 시장 자격으로 초청 받아 참석 했을 터다. 그렇다면 현직 때 스스로 저지른 사건을 가장 올바르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도 공직자의 정신으로 정직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 상관의 눈치를 살피며 용비어천가나 부르고 진실을 호도하려고 구차한 변명이나 한다면 법도 그것을 주시할 것이요, 자신도 속이 편치 못할 것이다. 스스로 자신을 속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때 늦은 감이 있지만 한동주 전 시장은 수도자의 심정으로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도민에게 ‘진실 고백’을 하기 바란다. 그것이 자신을 다시 일으키는 길이며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을 탕감시키는 길이다. 법도 정상을 크게 참작할 것이다. 잘못을 비는 자의 얼굴에 침을 뱉을 수는 없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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