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주 서귀포시장이 자신의 고교동문이 모인 자리에서 노골적으로 우근민 지사의 지지를 유도하는 발언을 해 지역 정가에 큰 파문을 낳고 있다. 우 지사는 이례적으로 한 시장을 직위해제 파문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그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발단은 한 시장이 11월 29일 저녁 서귀포 재경동문회 송년행사에서 비롯됐다. 한 시장은 이 자리에서 우 지사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돼야 자신도 서귀포시장직을 연임할 수 있다는 취지로 우 지사 지지를 유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시장은 이날 자리에서 “내면적 거래를 하고, 이 자리에 왔다”고까지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연 이 같은 발언이 서귀포시장이라는 자리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우 지사와 한 시장측은 단순 말실수라고 앞으로 상황논리를 끌어갈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파문이 커지자 제주도는 한 시장의 직위해제에 이어 모든 공직자에게 선거에서 엄정중립을 지시하는 ‘뒷북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공직자는 물론 도민들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언제까지 사고가 터지면 뒷북대책을 내놓을 것인가.
이번 사건은 한동주 시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한 시장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 문제는 거대 행정조직을 선거에 악용하려는 추악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러니 공직사회에 선거 때 만 되면 줄서기가 만연하고, 그 줄서기는 공직사회의 온갖 병폐로 연결되는 것이다. 수많은 소나무가 죽어가면서 재선충병 방제작업에 나섰던 도민이 또 숨을 거뒀고, 신성한 국방의 의무에 투입된 군인들까지 제주에 내려와 재선충병과 싸우고 있는 시점에 발생한 이번 사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파렴치한 정치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명백한 불법행위인 만큼 검찰이 나서 이 사건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 선관위의 조사로 이 사건의 본질을 규명할 것으로 생각하는 도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루빨리 검찰이 나서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 더 이상 공직자 줄 세우기와 충성강요 등의 뿌리 깊은 폐단이 척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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