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치도와 도민 문화의식
특별자치도와 도민 문화의식
  • 제주매일
  • 승인 201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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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윤(전 제주민예총 정책실장)

▲ 김석윤(전 제주민예총 정책실장)
최근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제주도민의 문화의식을 조사한 결과가 발표되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필요한 조사가 이루어졌다. 제주도민 문화의식조사는 그 자체로서 의미가 크다. 예전에도 일부 예술단체에서 예술인 실태조사를 추진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공적인 문화예술기관에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도민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도의원들이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정책의 방향이나 문화예술인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전향적인 문화정책을 주문하기도 했었다. 이보다 앞서 작년에는 국가가 나서서 예술인복지법을 제정하고 예술인복지재단을 출범시키기도 헸다. 그만큼 예술환경의 중요성과 창작의 가치가 개인적인 소장 가치를 넘어 사회적 가치로서 의미가 크다는 점을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 법의 내용을 뜯어보면 예술인 복지가 가능한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도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법과 제도가 만들어 졌다고 그동안 쌓였던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지는 않는 것이다. 법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합의와 규제가 포함된 정도라고 이해할 수 있다.
어느 분야든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실태를 조사하게 된다. 이를 근거로 정책의 큰 줄기를 잡아가거나 실행계획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번 도민문화의식 조사를 보면서 그동안 예술인의 경제적인 여건과 창작환경이 왜 열악할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어느 정도는 풀릴 것 같다.
조사 내용에는 지난 1년간 문화행사를 관람하지 못한 도민이 그 이유로 내세운 것이 시간이 나지 않는다가 첫 머리에 올라와 있다. 놀라운 일이다. 작품의 내용도 경제적인 이유 때문도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단순비교는 힘들겠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작년에 실시한 국민 문화향수실태조사에서는 시간보다는 관심 있는 강좌 부재를 우선으로 꼽고 있다.
제주도민들은 다른 지역보다 근무시간이 더 많거나 집안의 크고 작은 일들을 일일이 챙기며 살아간다고 볼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타시도와 비교할 때 제주의 문화수준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는 답변을 절반이 넘게 하고 있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또한 도내 문화관련 시설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점을 놓고 볼 때 문화예술활동과 관련해서 동호회에 참여한 적이 없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보여주는 사실도 이해가 된다. 문화행사를 관람한 비율은 대중예술분야, 특히 영화쪽이 대세를 이루는 것도 모두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문화가 미래의 경쟁력이다, 문화융성이다 입 모아 이야기하는데 정작 그 문화를 즐길 사람은 없다. 도민들 스스로의 탓이라고 돌리기에는 나 스스로가 불편해지는 것 같다.
제주도의 문화정책은 딱 여기가 출발선이라고 생각한다. 땅속 깊이 흐르는 수맥을 찾아 우물을 만들 듯이 문제점을 만든 본래 모습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시간이 없다면 왜 없는지 따져봐야 하지 않겠는가?
예술정책은 갈라진 아스팔트를 메꾸는 일이 아니다. 깊게 패인 도민들 가슴에 여유로운 삶과 문화가 스며들어 자연치유 할 수 있는 비법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조사결과는 멀리 내다보는 정책을 펼치라는 주문인 것이다. 도민이 즐기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예술인 복지를 우선 할 것인지, 예술창작 지원을 늘릴 아니면 문화기반시설의 프로그램 내용을 충실히 할 것인지 등 완주를 하기 위해 출발지점에 서 있는 달리기 선수와 같은 마음가짐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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