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김장철에 들어섰다. 김장철은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늦가을에서 초겨울이다. 이때쯤 지인을 만나게 되면“김장하셨어요(김장은 담그디깡)?”라는 인사말을 많이 썼고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김장철 김장의 문화는 우리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아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하우스 등 농업기술의 발달로 사계절 내내 채소를 생산하고 있어 계절적 시기에 맞춘 김장의 필요성은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김장철 김장김치 담그는 문화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을 만큼 뚜렷하게 명맥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김장은 겨울철 채소재배가 불가능했던 과거에 겨울 내내 가족들에게 반찬으로 채소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되었고 대가족이 모여 살았던 만큼 가족수도 많아 김장김치의 양도 대단했었다. 그래서 김장철 김장담그는 일은 온 가족의 일손이 필요한 일이었으며 때로는 농작물 수확기 품앗이처럼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이웃끼리 서로 돕는 협동의 현장이기도 했다.
또한 우리의 김장김치 담그기 독특한 문화는 가족의 겨울내기 이상의 김장김치를 담그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리고 그 여분은 김장을 할 수 없는 여건에 처한 주변의 이웃에게 제공되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김장김치 행사는 훈훈한 인심이 베어나고 인정이 넘치는 나눔의 우리 전통문화이기도 한 것이다.
이는 오는 12월 2일부터 7일까지 아제르바이잔의 수도인 바쿠에서 개최되는 제8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도 여실이 드러난다.‘김치’만이 아닌 ‘김치와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김치나 김장을 의미있게 만드는 것은 그를 둘러싼 협동과 나눔의 문화라는 것이다.
오는 12월 10일에 제주농협지역본부가 농촌여성조직인 농가주부모임, 고향주부모임, 농·축협부녀회, 다문화가족, 농협가족 등이 참여한 가운데‘사랑의 손잡기 이웃사랑 김장 한마당 나눔 행사’를 실시한다. 매년 개최되는 이 행사는 올해로 열여섯번째이다. 이 연례행사에는 150여명 이상이 참여하여 김장김치 3,000~5,000포기를 담근 후 농촌지역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다문화가정 및 불우이웃, 사회복지시설 등을 대상으로 나눔이 펼쳐진다. 진정한 나눔의 김장문화를 실천하는 행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다음 달 초면‘김치와 김장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가름이 결정된다. 제주여성이 한자리에 모여 전국에서 제일 특색있게 전개되고 있다고 자부하고 싶은 '제주의 이웃사랑 김장 한마당 나눔행사'의 김장김치를 평가위원들에게 한포기 씩 나눔하고 싶어진다.
제주농협지역본부 농촌지원팀 강연심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