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동의 없는 제주시 ‘밀실행정’ 빈축
주민 동의 없는 제주시 ‘밀실행정’ 빈축
  • 박민호 기자
  • 승인 2013.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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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해녀항일투쟁기념비 대신 새 동상 제작, 예산 낭비 비난도
주민들, “별것 아닌 것 세우려 중요한 것 치우려 한다”고 반대

 

▲ 우도면 천진항 앞에 설치된 우도해녀항일투쟁기념비.
[제주매일 박민호 기자] 주민 동의 없이 역사적 의미가 큰 기념비를 철거, 그 자리에 새로운 조형물(랜드 마크)을 세우려 한 제주시의 ‘밀실행정’이 뒤늦게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제주시는 최근 ‘우도문화마을 조성사업(2011년~2016년)’을 추진하면서 천진항 입구에 새 랜드 마크 시설을 만들겠다며 예산 3600만원을 투입, 높이4m, 폭 1.8m 규모의 해녀동상을 건립했다.

제주시는 세 동상을 교통이 혼잡한 천진항 진입로 정비 후 기존 시설물(우도해녀항일투쟁기념비, 관광안내판, 표지석)을 철거하고, 그 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제작했다. 하지만 뒤늦게 알게 된 주민들이 “조상들의 얼이 서려있는 기념비를 철거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 제주시는 궁여지책으로 우도면사무소 앞 잔디광장으로 옮긴 것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현 해녀상이 크기가 작고, 관광객들이 외면하는 것 같아 예술성을 가미한 동상을 세워 우도의 랜드 마크(포토존) 시설로 마련한 것”이라며 “하지만 주민 반대가 심해 부득이하게 면사무소 앞으로 옮기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제주시가 랜드 마크적인 요소가 부족하다며 철거하려 한 우도해녀항일투쟁기념비는 지난 1932년 우도지역 해녀 300명을 비롯해 제주 동부 지역에서 1만7000명(연인원)의 해녀들이 참가한 국내 최대 여성 집단의 항일 투쟁을 계승하기 위해 세워진 것으로 지난1998년  행정(당시 북제주군)과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으로 건립 됐다.

기념비에는 항쟁을 주도했던 부춘화, 김옥련, 부덕량 해녀들의 업적과 당시 해녀들의 정신적인 지주였던 강관순이 지은 ‘해녀의 노래’, 건립 당시 성금 기부자 등이 기록돼 우도 주민들의 역사와 혼을 담은 중요한 기념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관련 고진환 우도주민자치위원장은 “행정이 별것 아닌 동상을 세우고 중요한 것(기념비)은 치우려 해서 반대를 한 것”이라며 “선조들의 얼이 담긴 기념비를 철거하고 그곳에 새 동상을 세우겠다는 생각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고 위원장은 이어 “이 문제는 주민들 모르게 밀어붙이려 했던 행정의 잘못이다. 시행 초기 우리와 상의 했으면 새 동상은 제작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주민동의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제주시의 당초 계획이 수정되면서 예술성이 가미된 이 동상은 수천만원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난과 함께 ‘밀실행정’의 상징물로 우도면사무소 앞을 지키게 됐다.

▲ 제주시가 새로 제작한 해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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