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예절(小節)
작은 예절(小節)
  • 제주매일
  • 승인 201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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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용 길(행정학 박사 · 前언론인)
▲ 이 용 길(행정학 박사 · 前언론인)

  예절은 예의범절(禮儀凡節)의 줄임말이다. ‘예의’는 대인관계에 있어 존경과 정성의 표현이다. ‘범절’은 정도(正道)에 맞는 동작으로서 행동규범을 뜻한다. 그래서 예절은 공경하는 마음·정성스러운 마음·섬기는 마음과 절제하는 마음·사랑하는 마음을 나타낸다고 한다. 한마디로 예절이란 ‘사람이 살아가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 즉, 예(禮)’라고 하겠다. 타인과의 접촉에서 예에 벗어나는 거동을 하지 아니하고, 무례한 소행을 삼가는 것이 시람 된 도리임이다.
  예에 어긋난 것을 비례(非禮)라고 한다. 예를 잃어버리는 것은 실례(失禮)이고, 예가 결여된 것은 결례(缺禮)이다. 예가 없는 것은 무례(無禮)이다. 이와 같은 비례·실례·결례·무례는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고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게 한다.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하고 일상생활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저마다 예절을 익히고 실행해야 한다. 예절이야말로 건전한 세상을 영위하는 기준이며, 한 나라의 국민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예절을 준수하기란 용이한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절을 까다롭고 난해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는 고리타분하고 케케묵은 유물로 치부해 버리기도 한다. 예절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음으로 해서, 인정은 점점 메말라가고 민심은 더욱 각박해지고 있다.
  왜 이러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인가.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로 진단을 내린다. 광복이후 무섭게 밀어닥친 서양문화와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의식의 변화가 주원인이라고 한다. 일제강점기의 수탈에 이어, 6.25의 피폐와 궁핍이 계속되면서 예절에는 아예 관심조차 가질 수 없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독재시대를 지나오면서 젊은 세대들이 갖게 된 기성세대에의 부정적인 시각이, 예의범절에까지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핵가족·가족이기주의·자녀들에 대한 과잉보호도 예절부재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한다. 지도를 잘해야 할 어른과 교육자들이 올바로 가르치지 못한데서 오는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주장도 있다. 이 모든 분석들이 다 일리가 있다고 하겠다. 이제 원인을 알았으면 그에 걸 맞는 해결책도 있게 마련 아닌가. 결코 방치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예절만큼은 바로 세워야 한다. 긴급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선 영·정조시대 사람 형암(炯庵)이덕무(李德懋·1741~1793)가 쓴『사소절(士小節)』이란 책이 있다. 선비들이 수행해야할 ‘작은 예절’에 관한 수신서(修身書)이다. 여기에 “사소(些少)한 예절을 닦지 않는 채로, 큰 예절을 실행할 수는 없다”는 구절이 있다. 사람다운 행실은 먼저, 작은 예절을 실천에 옮기는데 있음을 강조하는 훈계이다.
  우선은 예절의 기본인 ‘인사’와 ‘말씨’에서부터 시행을 해보았으면 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것이다. 말없이 살짝 미소를 짓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인사는 ‘마음의 문을 연다’는 의미도 들어 있으므로, 내가 먼저 인사하는 것이 좋을 터이다.
  ‘말은 곧 생활’이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요, 사상과 감정을 표시하는 도구이다. 말씨야말로 인간됨됨이를 판단하는 잣대가 된다. 고운 말, 아름다운 말을 생활화 하자. 감사의 말, 칭찬의 말을 습관화 해보자. 거창하고 난삽한 예절은 일단 뒤로 미루고, 작고 쉬운 예절부터 하나하나 익히며 실현해 보는 것이다. 성경에도 ‘작은 일에 충성하라’고 했다.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이 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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