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중, 제주외고 최우수상


“억울해요. 저는 손바닥을 30바늘이나 꿰맸고 대학 실기시험에 응시하지 못해 재수를 하게 됐어요”
미술시간, 한 학생이 조각칼을 휘둘러 친구의 손바닥이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 학생은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했고, 상처로 인해 미대 조소과 실기시험에 응시하지 못하게 됐다.
소송이 시작됐다. 원고 측은 폭력행위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손해배상을, 가해 학생 측은 형법 제21조 등에 따른 자기방어 등을 이유로 상해죄로의 경감을 원했다.
가해 학생에게도 사정은 있었다. “방어를 한 거예요. 늘 저를 괴롭히고 그 날도 제 머리를 10대나 때렸다고요”
두 사람 간 실랑이 속에 피해 학생이 오랫동안 친구를 괴롭혀 온 학교폭력의 또 다른 가해자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19일 제주지방법원에서 도내 중․고교를 대상으로 한 형사 모의재판 경연대회가 열렸다. 이날 대회에는 예선(42개팀)을 통과한 중․고 16개 팀이 참가했다.
학생들은 법원 판사의 도움을 받아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학교당 10여명 내외의 학생이 팀을 이뤄 피고와 원고 등의 역할을 나눴다.
모의재판이지만 재판장은 진행시간 내내 엄숙한 분위기였다. 참관인들은 학교폭력 사건을 다룬 제주외고 팀의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상처로 드러나지 않는 폭력과 상해로 나타난 사건 사이에서 어디에 손을 들어야 할 지 생각에 잠겼다.
경연 후 대기실에서 만난 제주외고 팀(11명) 학생들은 “누구에게 더 큰 잘못이 있는지 가리기 어려웠다”며 “입장에 따라 판단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날 대회에는 16개 팀이 참여한 가운데 한라중과 제주외고가 최우수 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