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지만 너무 비싸다'
제주도의 특산품인 '한라봉'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각이다.
27일 현재 3kg당 가격은 1만3100원.
한라봉 10개가 들어있다면 개당 1310원꼴이다.
불경기가 지속되는 시점임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열기가 쉽지 않은 가격이다.
반면 외국산 네블 오렌지 가격은 상품인 경우 1/5수준이다.
같은 날 제주시내 모 대형 마트는 외국산 네블 오렌지를 '일요일 봉사상품'으로 채택, 10개에 2980원에 팔고 있다.
개당 298원으로 '외국산 농산물은 농약을 많이 사용한다'는 일반의 인식과 '제주산은 청정 무공해'라는 수요 확대 저해요소를 싼 가격으로 넘으려 하고 있다.
또한 주요 농산물 수출국들은 최근 수입국 소비추세에 맞춘 '고품질 농산물 생산'을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에 품질을 더한다는 전략이다.
제주산과 외국산의 가격차이는 생산환경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온'을 위해 투입되는 경영비를 대폭 줄이는 방안이 유일하다는 분석이다.
▲제주시설재배 농가 경영비부담은.
제주도 당국이 분석한 제주지역 시설재배시 경영비중 유류 부담현황을 보면 과수류는 경영비의 40%가 유류대가 차지하고 있으며 ha당 3000만원, 도내 재배면적 2300ha에 대입하면 690억원을 웃돌고 있다.
화훼류는 부담율 35%, ha당 2000만원, 재배면적 200ha 전체 40억원 등이고 채소류는 부담율 30%, ha당 1000만원, 재배면적 140ha에 14억원으로 나타났다.
도내 시설재배 농가가 면세유 사용을 통해 들이는 가열비용은 최근 급상승중인 국제유가를 감안치 않더라도 750억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이 부담은 앞으로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더욱 상승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근 원유가 상승 주요인인 산유시설 파괴를 비롯해 러시아 석유산업의 혼란, 아프리카 거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 내란 위기, 미국 석유재고 감소 등과 함께 중국, 인도 등 후발 공업국의 급증하는 석유 수요로 고유가 추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과수류 5200여농가, 화훼류 560여농가, 채소류 420여 농가 등 6180여 농가가 고유가의 직격탄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다른 대책은 없나.
제주도농업기술원은 농촌진흥청의 자료를 근거로 국제유가 배럴당 10달러 상승시 시설작목 경영비 및 소득변화율을 산출했다.
배럴당 10달러가 오르면 감귤재배농가의 경우 ha당 1159만9000원을 추가지출해야 하고 경영비 부담이 15.5% 늘면서 실질소득은 절반이나 감소한다고 밝혔다.
특히 실질소득이 크게 줄어드는 이유는 영농비용 상승에 운송비 등 추가비용이 덩달아 오르기 때문으로 결국 '타산'을 맞추기 위해 '판매가격'을 높게 잡아야 한다.
소비자는 이러한 농가의 실정을 돌보지 않는다.
가계 수준에 걸 맞는 지출을 도모해야 하는 탓에 '값싸고 질도 괜찮은' 외국산 농산물에 발길을 돌리기 마련이다.
농업기술원은 시설 가온시스템 개선 및 영농방법 전환을 제시했다.
난방효율을 증대시키면서 경유 온풍기대비 경영부담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석탄온풍 난방기' 사용을 들었다.
포항제철 등 국내 주요 제철업계는 대부분 중국산 값싼 석탄연료를 사용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광호 농업기술원 원장은 "물론 석탄을 쓰면 경영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농가에서 '편리한 기름'대신 석탄을 쓸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심야전기보일러 31%를 포함 온풍난방기 배기열 회수장치 10%, 풍량형 냉각식 제습기 10% 등 절감방안을 내놓았다.
여기에 보온커튼, 난방보조장치, 저온적응성 품종선택, 대체에너지개발 등 방안을 꼽았다.
▲농업생산 에너지문제 심각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제 고유가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벌써 '공무원 차량 10부제'등을 검토하고 있다.
화석연료 가운데 특히 석유는 벌써 '고갈조짐'을 보인다는 것이 정설로 '가격인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다시 말해 제주산 시설재배 농산물 가격 경쟁력이 더욱 얇아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도내 농가는 별 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전체적으로 경영비의 30~40%, 시설감귤은 70%를 차지하는 '면세유'를 태우고 있다.
제주도정은 향후 '가온시설'보다 '비가림 면적'을 권장한다는 복안이지만 당장 투입되는 '기름값 부담'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는 모습이다.
국제유가 급상승, 외국산 농산물의 고급화, 제주산 시설재배 농산물의 경쟁력 등을 놓고 당국과 농가의 진지한 대책마련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