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샘, 너무 긴장돼서 가슴이 막 뛰어요.”
“관객은 많이 왔어요?”
지난 25일, 26일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몽생이의 꿈’이라는 연극공연이 있었다. 이 공연에 초등학생들이 배우가 되어 무대에 섰다. 지난해,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 참여한 학생들과 올해 토요문화학교에 참여한 아이들이 주인공이 된 공연이었는데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아이들이 흥분이 됐던지 연신 떠들어댔다. 두 달 가까이 연습하면서 지겨울 만도 한데 아이들은 무대에 선다는 것이 흥분되나보다. 아니, 즐거운가보다. 신나는가보다.
이 아이들이 장차 어른이 되었을 때, 예술을 사랑하고 어쩌면 문화예술인으로 자라있을 것이다. 어릴 적 예술을 접하고 그 감동으로 자기의 꿈을 키우고 자라서 예술인이 되었다는 사례는 참 많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아이들은 어떤가? 학교 다니는 내내 시험이나 진학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불행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그야말로 뺑뺑이 돌고, 학교성적으로 장래희망이 바뀌고 부모들의 강요에 자기의 꿈을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것뿐이 아니다. 들리는 사회현상은 극단적인 것들로 우리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스럽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점점 집안에서, 혼자 논다. 좋아하는 것을 물어보면 컴퓨터게임이라는 아이들이 참 많다. TV프로그램도 내가 즐겁게 노는 것보다 남이 노는 것을 즐기고 있다. 아이들이 직접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창조적인 활동보다 수동적이고 남들이 즐기는 것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어쩌면 주체적인 위치를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 아이들 미래가 걱정이 되는 것도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이런 걱정을 한방에 날릴 방안이 바로 문화예술교육이다. 어릴 적부터 함께 고민하고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협동놀이야말로, 직접적이고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이다. 협동놀이에서는 친구사이의 갈등, 시기나 질투도 금방 해소되는 순간의 감정이지 오래 두고두고 가슴 속에 묻어두는 악한 감정이 아니다. 이런 생산적인 활동이야말로 아이들이 건강하고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로 성장 시킨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긍정적으로 대처할 줄 아는 건강한 아이로 자란다. 그게 문화예술교육의 힘이다.
문화는 한 나라의 중심이며 삶이며 정신이라고 한다. 또한 문화적 상상력이 살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문화적 상상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문화가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번성하는 것도 아니다. 오랜 세월 다듬고 익히는 과정이 있어야 문화라는 열매가 튼실하고 맛도 좋은 법이다. 그러나 우리 제주는 어떤가, 우리나라 어느 곳보다 문화자원이 풍부하고 독특하다는 이점이 있다지만 그 문화자원을 꽃피우는 분위기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 다 따로국밥이다. 어우러져야 맛이 날 텐데, 함께 힘을 보태야 빛이 날 텐데 여론 따로, 정책 따로, 행위 따로따로다. 한 마디로 아직 제주문화는 여물지 않았다는 말이다. 위기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이다. 혹자는 제주가 관광지니까 관광객을 위한 문화예술이 살길 같다는 말도 한다. 그러나 너도나도 상업예술에 뛰어든다면, 순수예술은 사라지고 그렇게 된다면 글쎄, 우리들은 상업예술을 통해서 여유를 찾고 위로가 되고 감동까지 얻을 수 있을까?
“ 샘, 다음 공연 언제 해요?”
“ 저 또 연극하고 싶어요.”
똘망똘망한 아이들을 보며 이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을 받을 권리도 있는데 난 과연 그런 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나 반성해본다. 왜냐면 난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연극샘이고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은 문화예술교육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