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자매 혜택 없고, 사실상 맞벌이 증명 못하는 외벌이 뒷전
“당장 내 아이 어떡해” 엄마들 울상



오는 8일 입소대기관리시스템의 부산․제주 시범 운영을 앞두고 1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담당자가 제주를 찾았다.
‘입소대기관리시스템’은 그간 어린이집들이 입소 대기자를 수기로 받던 것을 온라인으로 관리해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제도다. 누가 먼저 지원했는지 보다 재산상 어려움이나 장애, 맞벌이 여부 등 학부모의 사회적 여건을 우선한다. 내 아이의 대기 순위를 부모가 알 수 있고, 순위 기준이 명확해 이른 바 원장이 지인들에게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씻어줄 것으로 평가된다.
이 시스템은 앞서 2007년부터 국공립어린이집에 적용해오던 것을 민간으로 확대, 부산과 제주지역 시범운영을 거쳐 2014년 상반기내 전국에 적용할 예정이다. 공공정보 개방을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의 ‘정부 3.0’ 정책의 일환이다.
입소대기관리시스템은 그러나, 장애․한 부모․기초생활자․다문화․맞벌이 가정 자녀를 우선 배정하면서 외벌이 가정이나 맞벌이를 증명하기 어려운 맞벌이 부모를 소외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농지원부를 가지지 못하는 소작 농업인이나 공동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 가게를 함께 운영하는 부부 등이 외벌이로 분류돼 억울해지는 대표적인 경우다. 형제․자매에 대한 혜택이 없어 아이들을 각기 다른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특히 어린이집 지원 수에 제한이 없고, 누가 먼저 신청했든 순위 기준에 따른 고득점 순으로 입소가 결정되기 때문에 1~2순위 밖 부모들의 어린이집 선택 폭은 사실상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또, 입소가 까다로워진 만큼 부모들은 0-7세 반이 모두 개설된 대규모 어린이집을 선호하게 돼, 안 그래도 약자인 부모들이 어린이집에 대해 더 목소리를 내지 못 하는 현상도 우려된다.
이날 제주도립미술관 강당에서 열린 설명회에는 갑작스러운 시스템 도입 소식을 듣고 달려온 엄마들의 성화로 행사 진행이 어려웠다.
둘째를 임신 중인 한 참석자는 “10월23일 공문을 통해 소식을 접했는데 11월 8일부터 적용된다니 너무 갑작스럽다”며 “우리는 부부가 함께 일하지만 서류상 증명이 어려워 사실상 외벌이다. 내가 원하는 어린이집에 더이상 아이를 맡길 수 없게 됐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관광대부설 유치원은 현재 대기자가 700명이 넘는다”며 “엄마들이 선호하는 질 좋은 어린이집(유치원)에 3순위 엄마들은 아예 아이를 보낼 기회조차 얻지 못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다자녀가 많은 제주에서 입소시 형제(자매) 혜택을 주지 않는 것은 지역성을 무시한 정부의 일방적인 제도”라는데 입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투명한 운영, 약자 배려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보육이 보편적 복지에 해당한다고 볼 때 현실을 무시한 시스템”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정부와 제주도의 미흡한 홍보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일부 엄마들은 “인터넷 상의 엄마들 카페를 통해 이 소식을 접하고 택시를 타고 왔다”며 “엄마들을 대상으로 하면서 버스가 잘 다니지 않는 도립미술관으로 장소를 정한 것은 설명회 대상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설명회는 엄마들의 쏟아지는 질문을 다 받지 못 한 상태에서 대관시간 마감을 이유로 1시간 30분 만에 급하게 마무리됐다. 그러나 많은 수의 자녀와 엄마들은 행사가 끝난 뒤에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 하고 정부 관계자에게 개별적인 질문을 던지며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