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경(海警)이 강정 해군기지와 관련해 시행한 ‘해상 불법행동 대비 대응 계획 보고 하달’이란 문건이 민간인 사찰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국감(國監) 중 이 문건을 입수한 국회 김우남 의원은 “유신(維新)도, 군사정권도 아닌 이 시대에 범죄 혐의가 없는 민간인에 대한 사찰 의혹은 반드시 그 진상을 밝혀 상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이 ‘문건’에는 민간인 사찰 의혹을 살만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해상 불법 집단행동 대비 대응 계획’에 의한 동향분석만 해도 그렇다. 해군기지 반대단체 해상팀 6명에 대한 해외학회 참석 및 출국-입국-방문국을 날짜별로 소상히 기록 해 놓고 있다.
그리고 해경의 정보역량을 집중해 해상팀을 추적, 전문 감시함은 물론, 선무활동도 강화토록 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협력자를 활용해 이들에 대한 첩보수집에 주력하도록 함으로써 마치 프락치를 동원하고 있다는 오해를 살만하다. 또한 강정 마을에 체류하며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인원 중 적극 참여자를 분류, 감시하고 있음도 밝혀졌다.
특히 문건에는 각 부서장과 소속 해양경찰서장은 ‘해상 불법행동 대비 대응 계획’을 철저히 이행하도록 하고 있어 논란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조짐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민 사회 일각에서는 “국가기관인 해경이 범죄혐의가 발견 되지 않은 개인의 정보를 미리 수집해 관리하는 것이 해경의 적법한 직무 범위에 속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실 국책사업인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당국과 지역 주민 간에 심한 마찰을 빚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반대자들 가운데는 여러 가지 혐의로 구속 되거나 입건 된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범법으로 제재를 받는 것과 아직 혐의가 없음에도 해군기지를 반대하고 있는 것만으로 사찰을 받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만약 해경의 ‘해상 불법행동 대비 대응 계획’이 해군기지를 반대는 하지만 범법 사실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사찰을 하기 위한 것이라면 관련 책임자는 사과부터 해야 한다. 아무리 공권력이요, 국책사업을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일정한 경계가 있다. 개인의 사생활과 정보, 인권 등도 보호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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