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한 "나의 DNA 찾아 '알앤비 대디'답게 살겠다"
김조한 "나의 DNA 찾아 '알앤비 대디'답게 살겠다"
  • 제주매일
  • 승인 201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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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싱글에 유재하 곡 리메이크, 기일 맞춰 발표

MBC '나는 가수다' 이후 2년 만에 만난 김조한(40)은 자기반성부터 했다. 지난 1993년 솔리드로 데뷔해 '알앤비(R&B) 대디'로 불리기까지 올해로 20년. 다음 달 1일 디지털 싱글음반을 발표하는 그는 최근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음악 인생을 위해 새 출발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20년간 가요를 부르면서 저의 알앤비 DNA가 점점 없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김치찌개 한 가지만 팔아도 전국에서 손님이 오는 맛집이 있듯이 제 길인 알앤비를 더 열심히 파려고요. 사람들이 붙여준 '알앤비 대디'답게 살아보려고요."
그간 그는 주위 환경에 휘둘리고 대중의 눈치를 보며 발라드에 치우쳤고, 자신에게 맞지 않은 자작곡까지 직접 불러야 한다는 고집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음악 색깔이 희미해졌다는 것이다.

물론 안분지족(安分知足)하던 시기도 있었다. 그에겐 솔리드 시절부터 누구나 따라부르는 히트곡이 있었고 상도 많이 탔다. 교수로 강단에 서고 자신이 보컬을 가르친 수많은 후배들이 K팝 스타로 성장하는 모습도 만족스러웠다. 서서히 후배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양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2011년 '나는 가수다' 출연 후 "아직은 무대에 오르는 현역으로서 더 갈 길이 있고,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를 자극시키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물인 두 곡이 이번 음반에 수록됐다. 김조한이 작곡하고 라디가 작사한 타이틀곡 '별.달.다(별도 달도 달다)'는 어반자카파의 조현아가 함께 불렀다. 리드미컬한 멜로디, 음절마다 그루브(흥)가 뚜렷한 보컬, 수려한 스캣(가사 대신 뜻 없는 소리로 노래하는 창법)이 더해져 요즘 국내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알앤비 넘버다.

그는 "앞으로 내가 할 음악의 길을 제시하는 곡"이라며 "나의 진짜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곡은 고(故) 유재하의 대표곡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을 리메이크 해 흥미롭다. 김조한은 미국 교포 출신으로 서구 팝 시장에서 체득한 알앤비를 국내에 대중적으로 도입한 뮤지션. 그러나 유재하는 한국적인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한 싱어송라이터여서 의외의 선곡이다.

김조한은 음원 공개일을 11월 1일로 정한 것도 1987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요절한 유재하의 기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청소년기 미국에서 유재하 씨 노래인 '사랑하기 때문에'를 처음 접했다"며 "그러나 당시 한국말 가사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후 한국에서 솔리드로 데뷔한 후 유재하 씨 앨범을 접했는데 내추럴한 멜로디와 사운드, 솔직 담백한 가사가 아름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을 내 스타일로 불러보고 싶어 이미 13년 전에 편곡을 구상했다"며 "원곡을 넘어서기 힘들다는 걸 알기에 13년을 기다렸다. 왜냐, 잘해야 하니까. 원곡의 성향을 버리고 싶지 않아 창법을 담백하게 소화하되 반전을 거듭한 극적인 편곡을 가미했다. 유재하 씨에게 '너 잘했어'란 소리를 듣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열의가 대단했기에 미국으로 건너가 그래미상을 받은 연주자, 엔지니어들과 작업하며 사운드에 공을 들였다.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의 편곡에는 휘트니 휴스턴의 키보드 담당이자 현재 버클리음대 교수로 재직 중인 '제트로 다 실바'가 참여했고 키보드 연주도 더했다. 그래미상 수상팀인 테이크식스 멤버들이 백그라운드 보컬을 맡아 풍성한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니요, 넬리, 어셔 등 팝스타들의 음악을 작업하며 역시 그래미상을 수상한 믹싱 엔지니어 밥 혼이 완성도에 방점을 찍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데 어느 순간 그 방에서 저만 그래미상을 안 받은 사람이었죠. 하하. 쟁쟁한 분들이 '미국 시장에 잘 맞는 곡이다. 요즘 미국에서도 필요한 노래'라며 좋아해줬어요.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인 줄은 알지만 기뻤죠."

그는 음악 하는 목적을 새로 잡으니 모든 틀을 바꾸게 됐다고 했다. 공장에서 만들어내듯이 비트를 찍고 마디를 쪼개 부른 뒤 편집하는 요즘 녹음 방식 대신 감정을 살려 죽 부르고 라이브 연주를 더했다.

그는 "노래를 하는 건 데이트와 같다"며 "데이트 약속을 하면 그날의 의상, 일정을 계획하듯이 금요일 녹음이 잡히면 월요일부터 녹음실에서 준비한다. 소리가 부딪힐 쇠붙이 보면대를 빼내고 5m짜리 선을 만들어 마이크 세팅을 한다. 나무 틀에 스펀지를 집어넣어 소리가 튀지 않는 장치도 직접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행보는 자신의 근본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조용필, 신승훈 등 음악적인 변화와 실험에 도전하는 요즘 중견 가수들과 차이가 있다.

그는 "10년 전 '미국에 진출하면 뜰까'란 생각도 했는데 돌이켜보면 난 부족했다"며 "가수일 뿐 아티스트는 아니었다. 자작곡을 많이 담은 지난 4집, 5집도 아티스트가 되어가는 과정이었다. 싸이가 특화된 음악과 캐릭터, 춤으로 떴는데 내가 싸이만큼 춤을 잘 출 수도, (성)시경이보다 발라드를 잘할 자신은 없다. 내가 잘하는 걸 끝까지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솔리드 세 멤버 중에는 김조한만이 현역에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정재윤은 국내외 가수들의 프로듀서로, 이준은 미국에서 사업가로 활동 중이다. 올해는 기념 공연 얘기도 오갔다.

그는 "솔리드로 다시 뭉치려면 세 멤버가 각자 하던 일을 '올 스톱'해야 한다"며 "할거면 목숨 걸고 해야 하는데 셋의 스케줄 등을 고려할 때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까지는 아름다운 추억이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비로소 무대에 오르는 행복을 절감하고 있다고 했다.

"데뷔 초기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게 무서워서 마음을 닫았죠. 어느 순간 마음을 열고 관객과 숨소리를 주고 받았어요. 1만5천명 앞에서 노래한 적이 있는데 제가 슈퍼맨이 된 기분이었죠. 하하."

그는 최근 MBC '무한도전'의 '자유로 가요제'에서 유재석, 유희열 팀에 합류해 유재석에게 알앤비의 비법을 전수하고 함께 노래도 했다.

그는 "알앤비는 리듬 앤 블루스"라며 "리듬 안에 박자가 타고 있는 걸 몸속으로 느껴야 한다. 방송에서 유재석 씨에게 낮은 점수를 줬는데 앞으로 더 가르쳐주기로 했다"고 웃었다.
김조한에게 알앤비란.
"저의 DNA죠. DNA를 바꿀 수는 없잖아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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