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봉 해맞이
독자봉 해맞이
  • 제주매일
  • 승인 201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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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시인.前 초등학교장
▲ 김광수 시인.前 초등학교장

 
 나는 고향을 떠나와 제주시에서 생활한지 28년이 되었다.
 그래도 고향에는 도로확장공사로 본채는 헐려나갔지만 방 하나와 창고 한 칸 붙어 있는 별채가 남아 있고 텃밭이 조금 있어서 종종 갔다 오곤 한다.
 고추도 심고 도라지 양파 마늘 고구마 참깨 콩 등 그 때 그 때 작물을 번갈아 가면서 흔히 말하듯 심심소일로 재배하며 지내고 있다.
 때때로 고향 집에 갔다 오는데 가는 도중 독자봉 앞에 이르렀을 때 일출 모습을 보면서 너무도 장엄하고 황홀하여 행운을 얻었다며 감사하고 감탄한 경우가 많았다. 나는 부족하지만 그 때의 느낌을 표현해보았다.
 독자봉 해맞이// 내 고향 신산리 / 독자봉 해맞이 / 곱다 / 불타듯 솟는 해 / 어둠을 지우고 / 환한 빛줄기 던진다 / 감귤 밭 가야지 / 당근 밭 가야지 / 감자 밭 가야지 / 불타는 노동 / 따뜻한 말 한 마디  / 이 집 저 집 / 일출봉도 / 독자봉도 / 둘러보며, / 독자봉 해맞이 / 참 눈물 난다. //
 2001년도에 제주늘푸른 음악회 진군흠 회장의 주선으로 지금은 고인이 된 前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정태봉 교수님께 작곡을 의뢰하여 “향토적 서정을 가지고”에 관점을 두고 작곡하였다는 곡을 다른 분들의 곡과 함께 2001년 9월 14일 저녁에 제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음악발표회를 가졌다. 그 때는 신기하기만 하였다. 내 시를 가지고 노래를 만든다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온 신경을 집중해 들었어야 하는데 처음 있는 일이라 마음이 들떠서 그랬는지 대충 듣는 사이 순서는 끝나버려서 썩 감동적이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듣고 싶었다. 하지만 녹음이나 녹화해둔 자료도 없고 하여 현재 악보 한 장만 달랑 갖고 있는 셈이다.
 故 정태봉 교수님의 발자취를 찾아보면 혹 그 노래를 들어 볼 수 있는 자료가 있지 않을까 하여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여 보았다.
 2006년 9월 21일 저녁 부암아트홀에서 서울문화재단 후원으로 정태봉의 “성악과 피아노”를 위한 작품 발표회 기록을 볼 수 있어서 기뻤다. 성악과 피아노를 위한 작품만 12곡을 골라서 음악회를 마련하였는데 그중 ‘독자봉 해맞이’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우리말 가사의 의미 및 언어적 특징과 음악을 성공적으로 결합시켜 새로운 성악작품의 경지로 이룩해온 작곡가의 의도를 청중들에게 보여주려 하였다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또한 우리와 함께 지금 현재 살고 있는 시인들의 시를 통해 작곡가 자신이 현대인의 삶을 어떻게 보는지와 현대인들에게 어떠한 음악이 필요한 것인가에 관한 생각을 잘 읽을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도 하였다. 그러나 결국 여기에도 녹음 녹화된 자료는 없어서 다시 들어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였다.
 나는 독자봉 해맞이 광경을 또 다른 모습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다.
 독자봉 해맞이 // 떠오르는 둥근 해 / 어둠을 지우고/ 환한 빛줄기 내린다 / 곱디고운 무지개 / 독자봉 바다를 감싸 안고, / 홀로선 봉우리 / 외로워도 외롭다 하지 않고 / 희망의 물결 기쁨의 노래 바람이 분다 / 내고향 신산리 해맞이 참 곱다. //
 한국예술가곡연합회 이사이며 한성대에 출강하는 한지영 교수님께서 곡을 붙여주셔서 제9회 제주늘푸른음악회(2011.10.23.제주아트센터)에서 발표되었고 CD까지 제작하여 소장하게 된 것을 큰 기쁨으로 여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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