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김 계 홍
이라크전장에서 일어난 인권파괴논란, 권력(정권)이동에서 일어나는 여러 형태의 직.간접적인 차벌(差罰)을 보고있다. 정치권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의 역기능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늘고있다. 일반인에 대한 자살통계를 보면 하루에 45명 꼴로 늘어났다.
이런 상황을 두고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자살이 많아진 ‘베르테르 효과’의 망령이란 사람도 있다. 최근 일어난 고위직이나 경제인의 죽음이다. 현대아산 회장, 부산과 광주 광역단체장, 광주대이사장, 대우건설 사장 등이 연달아 돌아갔다.
그 구체적인 이유를 여러 가지로 분석을 하고 있다. 직위에 따른 모멸감, 조직의 대표란 책임감, 강한 자존심, 상식을 넘어선 강화된 수사, 예외 없는 처벌 등 내성이 약한 이들에겐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란 이야기다. 여기에다 언론기관의 충동적인 집중보도이다.
고위직에 대한 수사나 재판, 개인에 대한 TV나 지상매체를 통한 보도가 이를 가세하였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한 이들의 입장에서 강요된 진술에 남모른 한계가 컸으리란 점이다. 강삼재, 김용채 두 분이 재판에서 안 풍이나, 자금의 흐름을 이제 와서 토로한 것에서 엿볼 수 있다.
진실성 여부를 떠나 과거 정치자금에 대한 수사의 관례를 넘어선 현실을 괴로워하는 것 같다. 이들이 자살을 택한 고인이 부럽다는 표현은 솔직한 심정일 것 같다.
인권 차원의 법과 원칙
우리 헌법과 법률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했다.
신체의 자유, 법관의 영장 없는 구속금지, 구속적.부심, 변호인보장, 정식재판에서 피고인이 자백이 불리한 유인한 증거일 때에는 유죄처벌불가, 공개재판과 진술의 보장, 소급입법에 의한 불리한 법 적용불가, 참정권과 재산권박탈불가, 재판확정까지 무죄추정, 묵비권 등 고문이나 불리한 진술강요거부권, 물증체증주의, 일사부재리, 불구속재판원칙, 무죄나 불기소된 경우 국가에 대한 보상청구권 등이다.
법언을 보면 ‘열 사람의 죄인을 놓쳐도 한 사람의 무고한 죄인을 만들어선 안 된다’. ‘의심스러운 것은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정하라’는 등 인권사상을 담고있다.
현실적인 문제풀이
국민의 법 감정은 부정부패척결, 정치범죄에 대한 가혹한 형벌을 원하는 국민적 정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무리한 수사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우리의 형벌제도이다.
제주도의 경우도 검찰이 종결처분을 내린 사건을 재수사하라고 한다는 것도 같은 사례다. 물증을 제시하고 수사를 요구한다면 이해가 가지만 정서만 가지고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우리 선조 들이 나라의 독립을 위하여 싸운 것은 사람이 인간적인 대접을 받고 지배자의 속박에서 탈피, 인권을 위해 피를 흘린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도 정서벌은 금기되어야하고 법과제도의 엄격한 범주를 벗어난 처벌은 안 된다. 인권과 배치된 법률은 개폐되어야 함도 같은 논리다.
수사나 언론관행의 개선
수사관행도 몇 일 밤을 새우며 철야심문을 받는 것도 일종의 고문이다. 여기서 참아내는 사람이 진짜 죄인일지 모른다. 언론의 경우 피의자에 대한 지나친 접근취재나 반복보도도 심리적인 피해를 주는 폭력행위다.
감정에 치우친 보복심리는 더욱 경계를 요하는 사안이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은 인간은 원래 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변혁기에 흔히 일어나는 집단요구의 경우도 그렇다. 죄인도 처벌시효가 넘으면 범죄자체가 면책, 종결된다.
과거의 집착보다 용서하고 함께 살게 하자고 수 천년에 걸쳐 만들어진 산물이다. 법 철학자들이 걱정은 참여민주주의형태의 집단정서이다. 법과 제도, 실정법을 무시하고 처벌대상의 행태에 대한 감정적인 대응이나 요구가 인권과 상치될 가능성이 크다는 염려이다. 인권도 지키고 새 역사를 창조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가 바로 지금이다.
인간다운 생활, 인간의 가치는 인권보장이란 밭에서 나온다. 법은 엄정히 운영되어야하고 처벌은 필요하지만 확실한 법과 절차, 관례의거 실천되어야 한다. 우리의 인권은 모든 가치의 최우선으로 존중되고 지켜야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