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천연솔 숲 재선충에 ‘위태위태’
한라산 천연솔 숲 재선충에 ‘위태위태’
  • 김동은 기자
  • 승인 2013.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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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경계 100m 말라 죽어가는 소나무
30~40년생 1그루 제거에 1시간 ‘악전고투’
“예방 활동 최선···반드시 한라산 지켜낼 것”
▲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이 17일 오전 한라산국립공원 구역에서 직선 거리로 100m 정도 떨어진 경계지역인 한라산 어생승악 인근 숲에서 소나무 고사목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소나무 재선충병이 제주의 상징인 한라산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직원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17일 오전 10시 한라산국립공원 구역에서 직선 거리로 100m 정도 떨어진 경계지역인 한라산 어승생악 인근. 요란한 전기톱 소리가 한참을 울리더니 소나무 고사목이 맥없이 하나 둘 쓰러졌다.

산림 정화부터 탐방 안내, 부상자 긴급 후송까지 한라산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쓰러진 고사목을 토막 내고서는 소각하기 위해 트럭에 옮겨 실었다. 30~40년생 고사목 한 그루를 잘라 토막 내고 트럭으로 옮기는 데만 족히 1시간은 걸렸다.

‘소나무 재선충병과의 전쟁’을 선포한 제주도가 내년 4월 이전까지 모든 고사목을 제거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성충이 되는 4월부터 감염목에서 탈출해 건강한 소나무에 재선충병을 전파하기 때문이다.

고사목은 제때 제거하지 않으면 재선충병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빌미로 작용할 수 있어 잘라서 소각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구나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에서만 발견되던 고사목이 점차 한라산 쪽으로 올라가면서 재선충병이 해발 900m 이상의 한라산국립공원으로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재선충병이 한라산국립공원 구역으로 번질 경우 지형적인 특수성 때문에 고사목 제거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때문에 이날 23명의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은 고사목 제거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이를 위해 일반 직원은 물론 문화재 관리원 등이 동원됐다. 고사목 제거를 위한 전문 인력이 아니다 보니 다소 시간이 걸리는 등 애로사항이 있었지만 한라산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쓰러진 고사목을 바라보던 신창일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주무관은 “소나무 고사목을 잘라냈으니 주변 소나무들이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내년 4월 이전까지 한라산국립공원 경계지역에 있는 고사목 제거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정밀예찰을 벌여 고사목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했다.

아울러 담당구역 책임제를 시행해 한라산국립공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솔수염하늘소가 이동하는 시기인 4월부터는 산림청의 헬기를 지원받아 약품을 살포하는 항공방제를 실시할 방침이다.

현문익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공원단속담당은 “제주의 소나무를 지키기 위한 도민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소나무 재선충병이 한라산으로 번지지 않도록 예방 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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