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자유학기제’가 겉돌고 있다.
아이들의 꿈과 끼를 찾아주기 위해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를 시험 없이 진로탐색 활동이나 체험활동 위주로 학제를 꾸린다는 건데, 일선학교에서는 인력과 인프라•준비시간 부족으로 버거워하는 분위기다. 특히 자유학기제가 진로탐색 활동을 골자로 추진되고 있는 반면, 실제 수업은 기존 예체능 과목을 약간 변형해 옮겨놓거나 동아리 활동을 정규 교과과정으로 편입한 정도라는 아쉬움도 나오고 있다.
15일 제주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자유학기제는 2016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전국 42개 학교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제주에서는 한라중과 서귀중앙여중이 참여하고 있다.
일선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꿈을 키우고 진로를 탐구할 기회를 준다는 자유학기제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담당 교사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다양한 활동을 지도할 외부 인력과 진로탐색이 가능한 기관•프로그램이 더 확충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한라중과 서귀중앙여중의 자유학기제 운영 자료를 확인해보면 자유학기제 적용을 받는 1학년 2학기 학생들의 수업내용이 기존 수업 과정과 큰 차이가 없음이 확인된다(도표 참조).
<자유학기제 시행 학교 관련교과 편성 내역>
한라중 | 서귀중앙여중 |
예체능 6시간 | 예체능 5시간 |
동아리 4시간 | 진로탐색 3시간 |
자기주도학습 2시간 | 동아리 2시간 |
한문 1시간 | 자기주도학습 및 미술 2시간 |
주 당 13시간 | 주 당 12시간 |
자유학기제의 일환으로 편제된 교과과정 중 절반은 기존 정규 교과시수에 포함돼 있던 음악•체육•미술•한문 수업을 일부 변형해 옮겨놓은 정도이고, 진로탐색 수업에는 관광지에서의 쪽 염색, 비누 체험, 빙떡 체험이 포함돼 있다.
일각에서는 자유학기제 시행에 따라 고입에 반영되는 중등 교과성적 반영 학기가 6학기에서 5학기로 감소하면서, 학생들의 성적 부담이 다른 학기로 전이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유학기제의 경우 교사들이 학생들의 활동을 토대로 학생부를 작성하는데 20~50명이 한 반이 되는 동아리 활동에서 학생 간 변별력 있는 평가가 나올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이와 관련 도내 한 자유학기제 전담 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과 목표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취지에 공감이 간다”면서도 “함께 일하고 논의할 인적 자원이 적고, 모든 커리큘럼을 일부 교사가 선택해야 하는 점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진로탐색 프로그램이 취지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학생들의 나이가 어려 좋은 추억을 심어주는 정도로 가고 있다”며 “진로 탐색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 많지 않은 점도 수업을 어렵게 한다. 자유학기제는 국가와 지자체가 모두 동참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는 이 같은 현장 분위기를 반영해 자유학기제의 전면 시행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윤관석 의원은 “섣부른 시행은 학력 저하와 교사업무 폭주, 그로인한 수업의 질 저하와 또 다른 사교육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2016년 이후로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