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 ‘CSI버스’ 어린이 견학용 전락
제주경찰 ‘CSI버스’ 어린이 견학용 전락
  • 김동은 기자
  • 승인 2013.1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 1월 6억 들여 도입···상반기 출동 26차례
‘과학수사 체험’ 등 초등생 견학코스로 사용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신속한 과학수사를 위해 도입한 제주경찰의 ‘이동식 현장증거분석실(CSI)’ 특수차량이 경찰 홍보용으로 전락하는 등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경찰청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유승우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9개 지방경찰청에 1대씩 배치된 CSI버스가 지문·족적·영상분석 등 과학수사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CSI버스는 2010년 11월 경기·전남·경북청에 각각 1대씩 배치된 데 이어 지난해 4월 서울·대구·전북청에도 배치됐다. 지난 1월에는 제주·부산·경남청에 경찰이 자체 개발한 ‘KCSI’를 붙인 버스가 배치되면서 현재 모두 9대의 CSI버스가 운용되고 있다.

대당 가격이 6억2000만원이 넘는 CSI버스는 족적을 채취하거나 몽타주를 작성할 수 있는 각종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 버스 안에는 범죄분석 회의실도 마련돼 있어 현장에서 즉석 회의도 가능하다.

특히 지문 자동 검색시스템으로는 채취한 지문을 무선으로 경찰청 서버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범인을 특정할 수 있다. 또 버스에 설치된 영상분석 장비를 활용해 CC(폐쇄회로)TV의 기종에 관계없이 영상을 신속히 분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CSI버스의 운용으로 강력 사건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 범인을 조기에 검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CSI버스가 과학수사에 적극 활용되기 보다는 경찰청 주차장을 지키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제주경찰의 올해 8월 말 현재까지 살인과 강간 등 5대 범죄 검거율은 63.8%로, 전국 평균인 64.8%에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전국 16개 시·도 경찰청 중 충남청(58.6%), 대전청(59.1%), 서울청(59.7%), 경남청(62.3%), 부산청(63.6%)에 이어 6번째로 검거율이 낮은 것이다.

더구나 올 상반기 도내에서 발생한 강력 범죄는 모두 18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2건보다 무려 30% 가까이 증가하는 등 각종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런 데도 불구하고 최첨단 장비를 갖춘 제주청의 CSI버스 출동 건수가 올 상반기 동안 총 26회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활용도가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청의 CSI버스 출동 건수는 월 평균 4회 정도로, 이는 출동한 날을 제외하고 한 달에 26일 가까이를 주차장에 세워 놓은 셈이다. 더욱이 영상분석 사용 실적은 전혀 없었고, 지문과 족적도 각각 2건과 1건에 불과했다.

이러다 보니 CSI버스가 ‘과학수사 체험교실’ 등 주로 초등학생들의 견학코스로 사용되고 있어 적극적인 활용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유 의원은 “CSI버스 사용 실적을 보면 ‘증거는 현장에 있다’는 경찰 수사의 기본 원칙을 충실히 하기 위해 최첨단 장비를 도입한 것이 유명무실할 정도”라며 “막대한 예산을 들인 CSI버스의 활용성이 너무 낮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