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슷한 장면이 나와도 구준표를 의식하지 않고 대본을 보고 느끼는 대로 연기하겠습니다. 그 시절('꽃보다 남자')과는 다른 이민호가 느끼는 대로 연기했어요."
탤런트 이민호(26)는 지난 2009년 대히트한 KBS 2TV '꽃보다 남자'를 통해 일약 한류스타로 부상했다. 말 그대로 당시 TV만 틀면 각종 CF에서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던 시절이었다.
그는 이후 '시티헌터'·'신의' 등의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열연했지만, 그를 바라보는 대중의 반응은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보다는 미지근했던 게 사실.
이민호는 올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SBS 새 수목극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상속자들(이하 상속자들)'로 다시 한 번 안방극장 점령을 노린다.
7일 오후 강남구 논현동에서 열린 '상속자들'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시청률 부분은 욕심이 난다"며 "나올 수 있는대로 가장 잘 나왔으면 좋겠다"고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방송가 스타 작가인 김은숙 씨가 극본을 집필한 '상속자들'은 부유층 자녀가 다니는 제국고를 배경으로 재벌가·법조계·엔터테인먼트계 등 각계의 상속자들이 벌이는 로맨스를 그린 작품.
이민호는 극 중 굴지의 제국그룹 상속자 김탄으로 분해 '가난을 물려받은' 여주인공 차은상(박신혜 분)와 러브라인을 그린다.
"제국 그룹의 둘째 아들 김탄역을 맡았습니다. 여자관계가 복잡한 아버지 때문에 '첩의 자식'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지니고 태어났죠. 그래서 또래보다 성숙한 캐릭터입니다. 극 중 차은상 역의 박신혜 씨를 만나 성장하는 역할이에요."
그러나 '재벌 2세' 설정과 고등학교라는 배경은 자연스레 그의 히트작 '꽃보다 남자'를 떠올리게 한다. 앞서 인터뷰 단상에 오른 김은숙 작가도 이를 의식한 듯 '꽃보다 남자 이야기가 나올 것이었으면, 이민호를 캐스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차이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민호 역시 "구준표는 눈에 띌 만큼 뚜렷한 캐릭터였지만, 구준표를 의식하지 않고 대본을 보고 느끼는 대로 연기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다시 고등학생 재벌 역할을 하게 된 이유는 '꽃보다 남자'가 끝나고 4년이 흐르면서 기뻐도 그렇게 기쁘지 않고, 딱히 슬픈 일도 없어서 제 기분이 '일직선'으로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20대가 가기 전에 어린 시절의 천진난만한 감정을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고등학생으로 분하다 보니 극 중 그의 나이는 불과 18세. 어떻게든 실제 나이 26세보다 여덟 살이나 어려보이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일단 앞머리를 내렸어요. 절대로 머리를 올리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최대한 어려보이려고 늘 '나는 어리다'고 되뇌기까지 했습니다. 현장에서도 동료에게 장난도 치고 어리게 지내려 노력하고 있고요."
드라마 속에서 이복형제로 호흡을 맞추는 김원 역의 최진혁(28)과는 열세 살이나 차이 난다는 설정이지만, 이들은 실제로 두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최진혁은 "내 얼굴 자체가 누가 보아도 30대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는 전혀 부담이 없다"며 "개인적으로 교복을 입어보고 싶은데, 한 번도 입지 못하고 연기 인생을 마감할 것 같다"고 장난스레 받아쳐 주위의 웃음을 자아냈다.
첫 방송은 9일 밤 10시.
"'시티헌터'와 '신의'에서는 혼자서 많은 걸 책임지고 끌어가서 힘들게 촬영을 했어요. 그래서 이번 작품은 전작보다는 편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분의 캐릭터가 매력이 있기 때문에 드라마가 시청률 40%를 넘었으면 좋겠네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