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지금 소나무 재선충과 전쟁 중에 있다. 지난 5월까지 4800그루였던 소나무 고사목(枯死木)이 7~8월을 거치면서 걷잡을 수 없이 급증하자 제주도가 화들짝 놀라 9월 2일 ‘재선충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나무 고사목은 증가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전쟁선포 18일 뒤인 9월 20일 제주도내 소나무 고사목이 7만8000그루를 기록할 정도다. 산림청 자료다.
제주도가 전쟁을 선포했으면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속전속결(速戰速決)로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무엇을 말함인가. 급한 김에 재선충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긴 했지만 상대는 물론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피지기(知彼知己)는 꼭 국가 대 국가와의 싸움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재선충과의 전쟁에서도 지피지기는 필수며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현재 상황을 보면 제주도가 아는 재선충에 대한 정보는 너무도 허술하다. 이제야 뒤늦게 재선충 전수조사에 나선다고는 하지만 그게 어디 지금에야 서둘 일인가. 벌써부터 정확하게 제주도내 소나무 고사목의 총 수량, 신규 고사목 발생량, 제거 후 잔존량, 고사 원인 등이 읍-면-동별, 연도별, 월일(月日) 별로 자세히 조사되고 기록-보고 돼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조사-보고 내용이 가능한 한 추산이 아닌 실제적 수치여야 한다. 그래야 작전을 세울게 아닌가.
하지만 아직도 제주도는 상대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 상대뿐이 아니다. 자신조차 모르고 있다. 그동안 총 인력 몇 명이 투입해서 어디에서 몇 년생 고사목 몇 그루를 제거했으며, 앞으로 고사목을 전부 제거하려면 어느 정도의 기계기구와 몇 명의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지 정확하고도 세밀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자신들의 전과(戰果)도 모르는 데다 앞으로 작전계획마저 정확히 짤 수 없다면 그 전쟁은 패한 전쟁이다.
지금도 제주도는 싸움에 지고 있다. ‘재선충과의 전쟁’ 총 사령관 격인 우근민 지사가 정례직원조회에서 시장직선제 홍보나 당부하고 있다면 이는 지피지기와 거리가 멀다. 전쟁을 이 상태로 끌고 간다면 재선충 첫 발생 후 내년까지 20만 그루의 소나무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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