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제주인 1세대 16명 제주 방문

13살 때 형님을 따라 일본으로 간 뒤 75년 만에 고향인 제주를 찾은 김희중(88) 할어버지는 감격에 젖어 한참 동안이나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일본에 가서도 매일 같이 나고 자란 고향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김 할아버지는 40대 중반 무렵 고향인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에 그동안 모아둔 돈 100만엔(한화 1000만원)을 선뜻 보내기도 했다. 마을 도로포장 공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는 “지금은 세월이 많이 흘러 고향에 대한 추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그래도 어렴풋이 옛 기억이 조금씩 떠오른다”며 “어머니의 품 같은 고향에서 뜻 깊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줬지만 이제는 경제적 어려움과 고령으로 고향에 오고 싶어도 올 수 없었던 재일제주인 1세대 16명이 2일부터 5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제주를 찾았다.
재일제주인 1세대의 이번 고향 방문은 제주도가 후원하고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관하는 ‘재일제주인 1세대 고향방문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최고령자인 김숙량(92) 할머니는 “다시는 고향에 오지 못할 줄 알았는데 초대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그동안 사진으로만 제주를 접했었는 데 이번 기회를 빌어 직접 보고 느끼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계흥(78) 할어버지는 “아주 어릴 때 일본으로 건너갔는 데 72년 만에 다 늙어서 고향으로 돌아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그는 “제주에 살고 있는 조카들을 빨리 만나고 싶다”고 했다.
재일제주인 1세대 고향 방문은 옛 추억을 떠올리고 고향을 살펴볼 수 있는 민속오일시장 등을 둘러보는 시간과 함께 탐라문화제 참관, 성묘, 가족·친지와의 만남 등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한편,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재일제주인 1세대 고향방문사업은 지난날 어려운 생활속에서도 제주의 발전을 위해 도움을 준 재일제주인 1세대에게 고향 방문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진행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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