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없는 제주... 엄마 잃은 자식이나 마찬가지"
"해녀없는 제주... 엄마 잃은 자식이나 마찬가지"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3.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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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이 만난 사람 8] 안광희 서귀포사람들 대표.

▲ 안광희 대표.
[제주매일 박수진 기자] 해녀들의 눈으로 바라본 '바다'는 어떨까.

평생 물질만 해오던 해녀들이 '붓'을 들어 도화지에 그림을 그린다.

해녀들의 그림에는 제주의 바람과 햇살, 쪽빛 파도까지 그대로 녹아있다.

귀농귀촌인들로 구성된 문화공동체 서귀포사람들(대표 안광희)은 "제주 해녀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포부 아래 '그림그리는 해녀'를 기획했다.

1일 만난 안광희(43)대표는 서울 출생으로, 영화계에서 종사하다 28살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11년 뉴욕생활을 마친 후 그는 '서울'이 아닌 '제주'를 택했다.

"어느 순간 제 삶이 '소비적'으로 살아간 다는 것을 깨달았죠. 사람이 태어난 곳과 죽는곳은 선택할 수 없지만 살고 싶은 곳에서 사는 자유를 줬다고 생각해요. 어렸을 적 놀러왔던 '제주'가 긴 여운으로 남아 이곳을 택하게 됐죠."

그는 처음부터 제주시는 고려하지 않았다. 7개월 동안 대정, 모슬포, 성산포 등 30개 마을을 살피다 2011년 남원에 정착했다.

남원에 아예 눌러앉은 그는 "서귀포시를 대한민국 최남단 문화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 아래 2011년 문화도시공동체 서귀포사람들을 꾸렸다.

그는 "제주의 많은 자원은 문화콘텐츠로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며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제주에서 문화산업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제 막 두 살이 된 서귀포사람들은 현재 '그림그리는 해녀', '독서문화산업'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해녀가 5000명도 채 남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해녀가 사라진다는 것은 제주도 지역의 문화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얘기죠. 해녀가 없는 제주도는 '엄마 잃은 자식'이나 마찬가지예요."

사람들이 해녀에 대한 가치를 올바르게 보지 못하고, 소중함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게 가장 안타까웠던 그였다.

그림그리는해녀 사업을 기획하는 것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해녀들의 마음을 여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도 해녀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해녀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며 "하지만 그건 그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는 해녀 스스로가 바라본 해녀, 해녀가 보는 제주, 해녀가 보는 노동 속에서 본 바다속, 해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림그리는 해녀'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남원북클럽 지역독서동아리'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도내 작은 도서관은 미국, 유럽에 있는 지역 도서관 못지않게 시설이 너무 잘돼있다"며 "하지만 이용자는 적다"고 밝혔다.

현재 그는 독서동아리를 창단한 후 책 읽어주는 인형, 북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그림그리는 해녀' 프로젝트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한 다큐멘터리 후반작업(수중촬영 등)이 이뤄질 예정"이라며 "내년 즈음에는 '해녀시리즈 3부작'중 하나로 연극 버전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인터뷰 마지막까지도 사라져가는 제주 해녀문화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제주 해녀문화는 사라져도 그만인 문화가 아니"라며 "해녀문화는 세계 문화유산으로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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