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정…"여태 뭘 했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정…"여태 뭘 했나"
  • 고권봉 기자
  • 승인 2013.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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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 속도 못 잡는 늑장 대응…재선충병과 전쟁 선포 비상체제 돌입
해송림 관리 용역 결과 11월이나 돼야 나와 뒤늦은 예산 핑계 '비난'
▲ 도 전역으로 확산된는 재선충. 고기호 기자

실처럼 가늘게 생긴 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에 기생해 소나무 속으로 들어간 뒤 수액통로를 막고 자라면서 나무를 고사시킨다.

재선충 한 쌍은 20일 만에 20만 마리로 늘어나는 엄청난 번식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제주에 5만여 그루, 경주와 포항 등 경북 지역에서 10만 그루 가량의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나무 재선충과의 전쟁 선포

29일 제주도에 따르면 2004년 도내에 유입된 소나무 재선충병은 빠르게 확산되면서 소나무의 고사목 발생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소나무 재선충병은 제주시 애월읍 지역과 서귀포시 대정읍 지역 등 도내 18개 읍·면·동 지역으로 번지며 제주의 산림 자원인 해송림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지난 2일 ‘소나무 재선충과의 전쟁’을 선포, 고사목 전량을 제거하는 한편 긴급 방제를 위한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도 지난 23일 강력한 방제대책의 추진을 주문하고 현을생 세계환경수도추진본부장에게 “담당국장은 직을 걸고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와 소나무 보전 대책을 확실하게 추진하라”고 특별 지시했다.

우 지사는 또 “마을의 소나무 숲을 지키기 위해 마을단위 청년회와 해병전우회, 새마을회, 바르게살기위원회 등 도내 전 자생단체들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방제 대책을 마련하라”며 “부족한 재원은 예비비를 투입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앞으로 소나무재선충병 발생지역 반경 2km 지역 25개 읍·면·동에 대한 소나무류 반출 금지구역을 지정하고 인위적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제주도 안일한 대응에 화만 키운 꼴.

제주도가 소나무 재선충병과 관련해 방제전담본부를 이제야 운영하는 것에 대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을 비유, 뒷북 행정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제주도의회가 지난해 11월 제301회 정례회 등을 통해 이미 소나무 재선충병의 심각성을 집중적으로 질의하며 “예비비를 들여서라도 소나무 재선충병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당시 제주도는 2012년 10월 말 현재 도내 고사한 소나무는 1만6099그루이고 이 가운데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소나무 재선충병으로 고사한 것은 231그루에 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의회 의원들은 “다른 전문가들은 소나무 고사목 가운데 30~50% 정도를 소나무 재선충병에 의한 것으로 본다”며 “제주도가 조사를 제대로 했다면 제주전역으로 재선충병이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제주도 관계자는 “3개의 태풍 내습에 의한 뿌리 흔들림 등으로 인한 생육불량과 토양 환경의 불균형 등으로 고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제주도는 긴급 방제 대책은 고사하고 재선충 근절을 위한 예비비 투자도 진행하지 않았다.

심지어 제주도는 올해 소나무 31그루가 재선충병에 감염된 것으로 조사했으나 산림청은 8750그루로 분석, 큰 차이를 보여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제주도가 소나무 재선충병에 대한 대처를 안일하게 해놓고 뒤늦게 호들갑을 떨고 있는 인상을 주고 있다.

▲ 고사목 제거. 고기호 기자.

▲더디기만 한 방제 작업

제주도는 현재 전문 인력 등 150여 명을 투입해 하루 350여 그루의 고사목을 제거하고 있다.

또 다음 달부터 군부대의 협조를 얻어 100여 명을 추가로 투입한다.

하지만 소나무 재선충병에 감염되거나 고사된 소나무의 벌목과 훈증방제 작업은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감염나무와 감염 추정나무를 내년 4월까지 모두 다 처리해야 하지만 환경과 인력 등의 문제로 방제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 지역의 경우 소나무림 지역이 잡관목과 가시넝쿨 등 하층식생의 밀생으로 인력과 중장비 등의 진입이 어려워 방제 여건이 열악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고사목 잔가지까지 전부 수거해서 소각, 훈증, 파쇄처리 하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한편, 곶자왈 지역은 훈증처리에 필요한 흙마저 부족하다.

이와 더불어 건축물과 농작물 주변 고사목은 인명 및 재산피해 우려 등으로 전문기술인력과 장비 등을 투입해야 하지만 일부 주민은 고사목 제거에 동의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6월~9월 사이에 죽어가는 소나무에 재선충이 매개충을 산란하는 시기까지 겹쳐 있어 현재 제주도의 방제 작업은 재선충병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은 없나

제주도가 재선충 비상본부를 꾸려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재선충병 피해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제주도는 재선충병 방제를 위한 기초조사의 일환으로 ‘해송림 종합관리 대책 용역’을 진행 중이지만 이 결과는 오는 11월에 나올 예정이어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현재 재선충병 미감염 지역인 서귀포시 동(洞)지역과 남원읍, 표선면, 성산읍은 항공·지상방제와 나무주사제 투약 등의 방제사업을 강화해 감염목 확산을 반드시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하민철)도 지난 6일 제309회 임시회 기간 중 ‘해송림 건강성 회복을 위한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방지 대책’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제주도의 대처가 미흡하다고 질타했다.

특히 2004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재선충 지역방제대책본부에 대해 신관홍 의원은 “법에 되어 있는 것(도지사가 본부장을 맡도록 하고 있는 것)을 안하고 소관 국장에게 떠맡기는 것은 (대처가) 안일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민철 위원장도 “(재선충 관련) 예산을 보면 당초에 18억5000만원이고 최근 산림청장이 내려와서 4억원을 줬다. 제주도가 돈이 없어서 추경에서도 1억원을 해줬는데 이제 와서 예비비에서 7억원을 꺼내고 있다”며 “지난 5~8월에 방책을 세웠으면 이런 결과가 나왔겠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현을생 제주도 세계환경수도추진본부장은 “특별법상 방제대책본부장을 도지사가 해야 함에도 담당 국장이 한 것은 바로 수정하겠다”며 “모든 노력에 대해 진행과정과 체제가 뭐가 잘못되고 적기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슬기롭게 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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