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민 제주도지사가 재선충으로 인한 소나무 고사 사태와 관련, 24일 대도민(對道民) 호소문을 발표하고 120만 내-외도민(內-外道民)의 협조를 당부 했다. 우근민 지사는 이 호소문에서 “대 재앙과도 같은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도민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동참을 요청 했다.
물론, 제주의 아름다운 소나무 숲을 살리기 위해서는 도민들이 우근민 지사의 호소를 적극 수용, 고사목 제거에 동참해야 한다.
그러나 제주도정이 완급(緩急)을 가리지 못하고 다른 곳에 정신을 팔다가 소나무 고사목에 큰 코를 다치고 나서야 제정신이 든 듯 부산을 떠는 모습을 보며 아쉬움이 너무 크다.
제주에서 첫 재선충이 발견된 것은 2004년이었다. 올해로 10년이 된다. 이 기간 말라 죽은 소나무가 10만4000여 그루다. 이 중 지난해까지 6만9000여 그루의 고사목을 제거했다. 그래서 지난 7월 기준, 남아 있는 고사목은 3만5000여 그루였다. 문제는 7월 이후였다. 올해 8-9월 두 달 새에 새로운 고사목이 1만5000여 그루나 발생, 현재 총 5만여 그루로 급증한 것이다. 종전 연간 평균 고사량(枯死量)보다 올해 8-9월 두 달 고사량이 더 많을 정도로 급격히 불어난 것이다. “대재앙 같은 위기 상황”이라 할만하다.
이렇듯 올해 들어 도내 소나무들이 집단으로 누렇게 말라 죽어 가고 있을 때 제주 도정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내년 선거용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으면서까지 없는 예산을 임시 지출해가면서 인력을 차출, ‘재선충 방제단’이 아닌, ‘민생시책기획추진단’을 만들어 읍면을 들락거렸다. 행정시장 직선제도 그렇다. 지난 2년간 잠잠히 있다가 소나무가 한창 죽어갈 무렵에야 여론조사니 의회동의니 난리를 피웠다. 우근민 지사 자신이 표현했듯 “대재앙과도 같은 위기 상황”이 제주도 전역에서 시시각각 진행되고 있는데도 이를 방치해두고 다른 데로만 눈을 팔고 있었으니 소나무 숲이 망가질 수밖에 더 있겠는가. 때를 놓친 것이다.
최근 우근민 지사는 현을생 세계환경수도 추진본부장에게 “직(職)을 걸고 고사목 제거에 나서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게 왜 현을생 본부장 혼자만 책임질 일인가. ‘대 재앙과 같은 위기상황’이라면 그 이상도 책임질 각오를 하고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 모든 공무원이 휴일을 반납해서라도 재선 충과의 전쟁을 수행토록 도지사가 일선에서 진두지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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