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해군기지 건설로 인한 갈등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서귀포 강정마을에서 찬·반을 떠나 주민들이 함께하는 '화합의 장'이 마련됐다.
강정초등학교 동창회 주최의 '2013 한가위 강정 선·후배 체육대회'가 21일 주민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서귀포시 강정천 체육공원에서 열렸다.
이번 선·후배 체육대회는 7년의 갈등과 여러 동창회 사정 등으로 2003년 마지막으로 열린 이후 10년 만에 다시 마련된 것이어서 매우 의미가 깊다.
또 지난해 반대측 주민만으로 열린 '한가위 맞이 마을잔치'와 달리 찬성·반대측 주민들이 함께 참여한 가운데 열려 더욱 뜻 깊은 행사가 됐다.
그동안 강정마을에서는 매년 이어져 오던 '어버이날 행사', '추석 공동체 행사', 별포제 등 정례행사가 해군기지 갈등으로 인해 맥이 끊긴 상황이었다.
특히 올해 1월에는 '설날 합동세배'행사가 2007년 1월 이후 6년 만에 다시 열렸지만 모든 지역 어르신들이 참여했던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년간 전국적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강정마을을 다시 예전의 풍요롭고 평화로운 마을로 만들기 위해 강정초교 동창회와 마을청년회 등이 발벗고 나선 것이다.
이날 체육대회는 해군기지 찬성과 반대를 넘어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지역 형님과 아우, 친구들이 만나 스포츠를 통해 우애를 다지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좋은 덕담을 나누는 훈훈한 자리가 이어졌다.
비록 짧은 준비기간으로 인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 없이 축구와 윷놀이 경기로만 꾸려져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화합의 첫 단추를 뀄다는 의미만으로도 충분했다.
고권일 강정마을반대대책위원장은 "중요한 사안이 생겼을 때 주민들이 찬성과 반대로 나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로를 배제하는 것은 큰 문제"라며 "오늘 체육대회는 마을 구성원으로서 관계를 끊지 않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조그만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주민 모두가 화합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으나 젊은 청년들은 금방이라도 화합해 '하나'가 될 수 있다"며 "부디 외부에서 주민들을 흔들지 말고 강정주민들이 함께 도우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강정마을회는 지금껏 맥이 끊겼던 어버이날 행사와 별포제 등을 이어나가며 강정주민들의 화합을 도모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