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집단枯死, 도행정 그간 뭘 했나
소나무 집단枯死, 도행정 그간 뭘 했나
  • 제주매일
  • 승인 201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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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주 어디를 가든 온통 누런빛뿐인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수 십 년 된 소나무 거목(巨木)들이 재선충과 가뭄 등의 여파로 계속 말라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제주시 오라동에서 첫 재선충이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10만4000여 그루가  누렇게 말라죽었다. 이 중 지난해까지 제거한 소나무 고사목도 6만9000여 그루가 된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나마 소나무 관리가 괜찮은 편이었다.
문제는 올해다. 9개월도 채 안된 기간에 무려3만5000여 그루가 고사했다. 불과 올해 9개월 사이에 고사한 소나무가 지난 10년간 고사한 소나무의 3분의1이나 되었으니 이 얼마나 많은 소나무들이 급속히 말라 죽었는가. “제주도행정이 도대체 그동안 뭘 했느냐”는 도민들의 질책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소나무 집단 고사 사태가 이지경이라면 산림관련 국(局)이나 과(課)만의 업무에서 벗어난 긴급 상황이다. 도와 시, 읍-면-동 전체가 하나가 되어 고사목 제거 등에 나섰어야 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나무가 고사되어 갈 때 우근민 도정은 ‘행정시장 직선제’에만 매달리다 시피 했다.
그리고 내년 지방선거 대비용이라는 일부의 비판을 받아가면서 우근민 도정이 6개월 시한부(時限附) ‘민생시책기획추진단’을 만들어 도내 곳곳을 돌아다닐 때도 소나무는 계속 집단 고사하고 있었다.
이렇듯 제주도 행정력이 각 분야에 골고루 미치지 못하고 오로지 ‘행정시장 직선제’와 ‘민생시책기획추진단’과 같은 곳에 집중하면서 인력을 분산하다 보니 막상 비상상황을 맞은 소나무 고사사태엔 소홀히 한 것 아닌가. 우근민 지사가 진두지휘 할 시기를 놓친 셈이다.
제주도 행정이 정상적이라면 소나무고사목이 발생할 때마다 제거해야 했다. 그래야 현장에 투입된 공무원들도 지금과 같은 고생을 덜 했을 것이다. 이제야 ‘소나무재선충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예산을 반영하는 등 대책을 세웠다지만 ‘버스 지난 뒤 손 흔들기’요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는 격’이다.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좋아 할게 아니라 그 1000만 명이 집단 고사하는 소나무를 보고 “제주에는 행정이 없느냐”며 비웃을 일도 상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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