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버스 운전사···취객이 무섭다
불안한 버스 운전사···취객이 무섭다
  • 김동은 기자
  • 승인 2013.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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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버스 운전자 보호 격벽 설치 저조
2006년 부터 설치 의무화에도 일부만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버스 운전기사 강모(47)씨는 야간에 버스를 운행할 때 취객이 타면 덜컥 겁부터 난다. 혹시라도 시비를 걸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취객이 “돈이 없으니 무임승차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실랑이가 벌어진 적도 있었다.

강씨는 “술을 마신 승객과 요금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는 일이 종종 있다”면서 “한 번은 승객이 요금통을 발로 차면서 몸싸움으로 이어질 뻔한 상황도 있었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운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버스에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격벽이 설치돼 있지 않아 운전자들이 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행정당국은 제대로 된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뚜렷한 계획도 없는 등 격벽 설치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정부는 전국적으로 버스기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2006년 4월 이후 생산되는 일반버스 운전자석 주변에 격벽 시설을 갖출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서 운행되고 있는 버스는 모두 448대(공영 50대·시외 210대·시내 188대)로, 공영버스 50대 중 37대에는 운전자 보호 격벽이 설치돼 있다.

그런데 시내·외버스에는 운전자 보호 격벽이 거의 설치돼 있지 않으면서 ‘시민의 발’인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들이 수난을 겪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버스기사들은 운행 중인 핸들을 놓을 수 없다 보니 폭행 등 안전운행을 방해하는 행위로부터 제대로 대응을 할 수 없는 처지다.

상황이 이렇지만 제주도는 운전자 보호 격벽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기존에 운행되고 있는 버스에 대한 구체적인 설치 계획도 없는 상태다.

제주도 관계자는 “버스면허가 일반과 좌석으로 구분돼 있는 데 현재는 일반면허인 공영버스에만 운전자 보호 격벽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며 “비용 문제가 있다 보니 버스업체와 협의를 거친 후 격벽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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