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슬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니 가을이다. 한가히 가을 얘기를 하고자 함이 아니다.
어언 수능이 코앞이다. 준비가 잘된 학생이나 안 된 학생과 그 부모가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다.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별 시험에서 대입예비고사를 거쳐 오늘의 수능으로 바뀌었다. 농고를 졸업했던 내게 예비고사는 하늘처럼 높았으나 3년을 투자해서 통과했었다. 최근에는 수시니 정시니 해서 대입방법도 여러 가지이지만, 대학은 수준의 문제이지 대학 문은 옛날에 비해 쉽게 열려 있다. 2017학년도부터는 대입 정원이 고등학교 졸업 정원을 초과하게 된다. 벌써부터 성적이 나쁘면 좋은 대학에 못갈 뿐이지 주변에서 보이는 것은 전부 대학생이다.
대입예비고사, 대입학력고사,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바뀌면서 얼마나 많은 수험생이 울고 웃었는가. 아무튼 11월은 온다. 지금까지의 최선의 노력이 좋은 성과를 가져오기를 바란다.
정부는 절대평가 방식을 내년에는 고1학년에 적용하고, 2015년에는 고1~2학년, 2016년에는 고1~3학년에 적용한다. 결국 2017학년도 대입부터 고교 내신은 절대 평가 성적이 반영되는 것이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성적 부풀리기의 가능성이다. 고등학교들이 자기 학교 학생들에게 좋은 성적을 주려고 시험을 쉽게 내면 A등급이 속출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오는 11월7일에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영어 점수가 고득점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3일 치러진 9월 수능 모의고사 영어 과목에서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의 난이도가 분명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아쉬움이 남더라도 최선을 다할 뿐, 영어점수가 변수가 된다고 거기에만 매달릴 수도 없다.
수능은 한 사람의 사회능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좋은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이 구분되는 현 사회에서 미치도록 열심히 공부하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누군가는 ‘나는 공부가 제일 쉬웠다’고 했지만, 그것은 거짓말이다. 정말로 하고 싶지 않고 어려운 것이 공부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어려운 일도 머물러 있지 않고 지나간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어느 여류문인이 전해준 말이다. 나도 힘들 때마다 이것 또한 진나가리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그 말은 랜터 윌슨 스미스의 책에 나오는 말이라던가.
어느 날 페르시아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오도록 명령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 앉아 토론한 끝에 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자를 읽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만족해했다. 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가슴에 새기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사랑 없는 시대에 살면서 한 번도 떠올려 보기 힘든 사랑의 언어들을 문득 생각해 본다. 배려, 희생, 결실. 눈물, 인내, 즐거움, 선물, 기다림, 신뢰, 열정, 이해, 기쁨, 협력, 스킨 쉽,
약속, 믿음, 소망, 봉사가 모두 사랑의 언어가 아닌가.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끝까지 갈 수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거꾸로 돌아가는 시계는 없다. 수능에 시간이 모자라는 수험생들도 마찬가지다. 마무리를 잘해서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