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때문에 농기계 고장?...업체-주유소 책임공방
기름 때문에 농기계 고장?...업체-주유소 책임공방
  • 박민호 기자
  • 승인 2013.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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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비 1000만원 고스란히 농민 몫...“억울하다” 하소연

<독자의 소리>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젊은 농업인 문 모씨(37)는 지난 7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구입 1년도 안된 1억 7000만원짜리 농기계가 갑자기 멈춰 버린 것. 원인 조사결과 불량 기름 사용에 따른 엔진 결함. 해당 부품의 수리를 위해선 1000만원이 넘는 수리비가 들어간다는 업체의 답변이 문 씨에게로 돌아왔다.

10여 년째 한 곳에서 기름을 거래하고 있던 문 씨는 곧바로 거래처인 한림농협 주유소를 찾아 항의, 배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기름에는 문제가 없으니 수리비는 줄 수 없다”는 냉정한 답변 뿐이었다.

문 씨는 “장비를 하루 이틀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농기계에 쓰는 기름은 냄새만 맡아도 무슨 기름인지 다 알 수 있다”면서 “업체는 기름 때문에 기계가 멈췄다고 하고, 농협은 기름에 문제가 없으니 농가가 알아서 하라고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문 씨와 같이 대다수 농민들은 주유소에서 기름을 배달해 사용한다. 자체 유류 저장소를 마련, 기름을 담으러 가는 동안의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문 씨의 경우 한번 배달 시 약 600~·1000리터 정도의 기름을 받는다.

문 씨는 농기계(트랙터)와 건조기 등 많은 고가의 장비를 보유하고 있고, 나름의 매뉴얼대로 정비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혼유)를 문 씨의 단순 실수로 몰아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문 씨는 “장비가 한두 푼짜리도 아니고, 나름 장비에 대한 지식을 갖고 사용한다”면서 “결국 모든 책임은 농민에게 있다는 것 아니냐, 이 억울함은 어디서 풀어야 하느냐”고 말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기름에 문제가 있는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그게 혼유(경유+등유) 때문인지, 수분 등 이물질 때문인지는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도내 곳곳에서 이와 비슷한 문제로 수리가 들어온다”면서 “상당히 민감한 문제고, 쉽게 원인을 단정 짓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름을 판매한 한림농협주유소 관계자는 “당시 판매한 기름을 수거해 정밀 분석을 의뢰한 결과, 정품(경유)로 판명됐다”면서 “때문에 우리 측 잘못은 없는 것으로 판명난 것이다. 수리비 문제 역시 농가가 알아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름을 배달해 쓰는 농가 대부분은 야외에 저장통을 두고 사용한다”면서 “올 여름 폭염과 같은 날씨 변화에 따라 그 속에서 수분이 발생, 기름과 섞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비슷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면, 농기계 결함일 수도 있지 않느냐”며 “기름 문제로만 몰아가니 우리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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