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안전은 뒷전, 도-교육청 '등 떠밀기'
학생들 안전은 뒷전, 도-교육청 '등 떠밀기'
  • 박민호 기자
  • 승인 2013.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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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매일 포커스...학교인조잔디 책임공방
책임 따지다 아이들 건강 내팽개치나

▲ 2010년 이전 조성된 인조잔디 문제가 최근 이슈로 떠올랐다. 이때 사용된 충진재(고무분말)는 학생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결과도 나오고 있다. 박민호 기자
‘조성한 제주도가 해야’vs‘관리 책임 있는 기관이 해야’
노후 인조잔디 문제, 제주도-교육청 책임공방 가열

‘조성한 제주도가 해야’vs‘관리 책임 있는 기관이 해야’노후 인조잔디 문제, 제주도-교육청 책임공방 가열

 

최근 도내 한 초등학교 학부모회원들이 인조잔디 운동장의 유해성 등을 지적하며 제주도교청에 공문을 전달, 이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노후 인조잔디 문제가 재점화 됐다.

하지만 ‘운동장을 조성한 제주도와 협의해야 한다’는 제주도교육청의 입장과 ‘학교의 관리 감독 권한이 있는 교육청이 해야 한다’는 제주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인조잔디 문제는 이제 양 기관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이에 지난 2일 제주도의회 이석문 교육의원은 양 기관 실무자들과 이 학교 학부모회,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 등이 참가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지만 양 기관의 기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학교운동장은 보수문제는 교육청과는 별개의 문제다. 제주도와 해당 학교 간 협약에 따라 조성된 것이기 때문에 이후 문제(철거 등)는 제주도와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제주도 역시 “당시 주민들의 청원이 있어 제주도가 추진한 건 맞지만 학교의 관리․감독 권한은 교육청에 있는 만큼 교육청이 책임 있는 자세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맞받아치면서 인조잔디 운동장 문제를 두고 양 측의 책임공방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현재 도내 초중고 인조잔디 운동장은 모두 55곳. 지난 2006년 서귀포중학교 1곳에 불과했던 인조잔디 운동장은 2007년 5곳, 2008년 13곳, 2009년에 14곳이 추가로 조성됐다.

전문가들은 관리가 잘 됐을 경우 최대 9~10년까지 운동장을 사용할 수 있지만 통상 7~8년, 짧게는 5~6년 정도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앞서 조성된 운동장들을 교체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에 따른 수십억의 예산을 누가 부담해야 하느냐를 놓고 양 기관이 서로에게 책임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선 인조잔디 운동장 문제는 양 기관과는 별도로 대다수 지역구 도의원들이 지역 표밭(?)관리를 위해 학교를 이용한 사실이 있는 만큼, 도의회도 인조잔디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구형 인조잔디의 비해 유해성 논란에 자유로운 신형 인조잔디는 학생 및 교사들에게 비교적 좋은 평을 듣고 있다. 박민호 기자
인조? 천연? 아니면 맨땅?

인조? 천연? 아니면 맨땅?

 

인조잔디 운동장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유해성.
 
인조잔디와 충진제(고무가루)가 피부와 접촉하며서 아토피 등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는 학생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종 환경호르몬과 납, 카드뮴과 같은 중금속, 뇌손상물질 등이 검출되면서 학부모들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월 교육청이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유해성 검사에서 PAHs(다환방향족탄화수소) 등 2개 항목에서 유해물질 이 검출됐다.

교육청은 “대부분 항목이 검출되지 않았고, 검출되더라도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 사실상 검은 운동장. 조성 5~6년이 지난 구형 인조잔디 운동장에 사용되는 검은색 충진재(고무분말)로 인해 검게 변해버린 제주시내 한 초등학교 운동장. 박민호 기자
하지만 PAHs의 경우 유럽연합 등에선 플라스틱 등 피부 또는 구강에 반복적으로 집적 접촉 가능한 완제품은 PAHs의 함유량 1mg/kg 이상인 경우 시장 출시자체를 금지시키고 있다. 이번 교육청 조사 결과에 나온 PAHs는 1.7mg/kg이다.

 

인체에 축적되는 환경호르몬과 중금속은 수 년 혹은 수 십년 후에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인조잔디 운동장의 안전성 문제는 누구도 장담 할 수 없는 것이다.

플라스틱 소재로 된 인조잔디는 대기온도의 2.5배까지 치솟아 한 여름 운동장의 표면온도는 70도를 육박한다. 때문에  화상 위험이 매우 높다.

최근 이를 대신할 친환경 소재의 개발로 유해성 등의 논란은 많이 감소했지만, 매년 정기적인 잔디세우기, 충진제 보충 등 만만치 않은 관리(예산)가 필요하다.
 
이런 이유 등으로 학교 운동장은 천연잔디로 조성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 자연 그대로를 닮은 천연잔디 운동장은 인조잔디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안락함을 준다. 하지만 관리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시내권 학교에 설치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 박민호 기자
천연잔디의 경우 대기 중 열을 함께 빼앗아 평균 지표면 온도가 맨땅이나 인조잔디에 비해 현저히 낮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온실가스 발생량을 줄이는 등 공기 정화 효과도 있다.

 

여기에 다른 운동장(마사토․인조잔디)에 비해 찰과상․화상 등의 학생 안전에 도움이 되고, 비산 먼지 감소 등 인조잔디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안락함을 준다.

하지만 새순이 뻗는 약 1개월 동안 출입이 제한되고 수시로 잔디를 관리해주는 인력과 장비가 필요하다. 관리 인력을 없는 학교에선 일정기간 동안 ‘잡초제거’가 그 학교 교직원들의 주 업무가 되기도 한다.

여기에 연간 2회 정도 농약(제초제) 사용이 불가피해 천연잔디 운동장 역시 유해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모래먼지가 날리고 비만 오면 진흙탕으로 변하는 맨땅 운동장은 그간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운동장의 모습이다.

그런 불편함에도 관리가 쉽고, 콘크리트로 뒤덮인 세상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흙이 주는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운동장이 바로 맨땅 운동장인 것이다.


▲ 우리의 기억속의 운동장인 맨땅(마사토) 운동장은 비산먼지 등의 단점에도 흙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박민호 기자
제주도-교육청, 힘겨루기...도의회는 뒷짐?

제주도-교육청, 힘겨루기...도의회는 뒷짐?

 

 
도내 조성된 인조잔디 운동장은 모두 55곳. 이중 24곳은 제주도의 주도로 조성됐고, 나머지는 교육청과 중앙정부(국민체육진흥공단 등) 예산으로 조성됐다

지난 2007년 제주도는 도내 한 초등학교에 인조잔디운동장을 조성하면서 ‘학교잔디운동장 설치 지원 사업에 대한 협약’을 채결한다. 협약서 12조(체육시설물 교체 등 대규모 보수 계획 시 사전 통지․승인 의무)에 따라 이 학교는 학교 잔디 시설을 전면 교체하거나 전체의 50% 이상의 보수 계획을 할 경우 ‘제주도’와 사전협의토록 규정하고 있다.

교육청은 이 규정에 따라 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인조잔디의 철거 등에 따른 예산은 제주도가 부담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약서에 명시된 ‘사전협의’가 보수 등을 논의 하자는 뜻으로 당연히 예산 지원이 포함된 의미라는 것.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교육청은 빠진 상태에서 양 기관이 체결한 협약”이라며 “그 부분은 협약 주체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제주도가 그 운동장에 대해 보수․재시공 등을 할 수 없다면 원상복구라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주민(학부모) 요청에 의해 교육청이 하지 못하는 사업을 제주도가 지원한 사업”이라며 “협약서 어디에도 제주도가 철거 및 재 조성비용을 부담한다는 내용이 없다”며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이어 “학교(시설)의 관리․감독은 교육청의 의무다. 교육청이 정확한 실태 파악 없이 제주도에 모든 비용을 부담하라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운동장 문제는 학생 뿐 아니라 지역주민 모두가 사용하는 것인 만큼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준비는 돼 있다”며 “교육청이 전수조사를 실시, 구체적인 안(예산 등)을 제시한다면 이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기관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제주도의회는 상대적으로 이문제와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상황.

하지만 본보가 입수한 학교체육시설 신청 및 정비․조성 지원 내역(2009년) 등에 따르면 제주도의회 지역구 의원 상당수가 인조잔디운동장 조성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대부분의 도의원들은 지역구 농어촌 학교시설 현대화, 비산먼지에 따른 민원해결, 축구장 조성 등의 민원해결을 위해 학교 운동장(인조․천연) 조성에 앞장섰다. 도내 인조잔디 학교가 급증하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린다.

하지만 지금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도의원은 그 어디에도 없다. 더구나 이들 중 상당수는 도의회 재입성에 실패, 더 이상의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상황.

제주도 교육청은 “당시 제주도와 도의회 등이 학교를 주민 민원 해결을 위한 생색내기 용 도구로 사용했다”면서 “이제와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다며 교육청에 떠넘기는 건 받아드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노후 인조잔디 문제 해결을 위해선 도민사회 모두의 힘(의견)을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누구의 잘잘못을 넘어 제주도와 도의회, 교육청, 환경전문가, 지역민 등이 함께하는 협의체를 구성, 보다 체계적으로 방법으로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체 운동장의 전수조사를 거쳐, 각 지역 및 학교에 특성에 맞는 운동장,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마음 것 뛰어 놀 수 있는 운동장이 어떤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야 될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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