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 내놓을 때 제주를 상징하는 단어는 단언 ‘청정’이다. 이 청정이라는 단어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갖고 있지만 때 묻지 않은 상태와 함께 각종 전염병이 없는 상황을 우선 떠오르게 한다. 그런데 요즘 소나무 재선충병이 제주지역에 창궐하면서 도민들뿐만 아니라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마음마저 어둡게 만들고 있다.
소나무 재선충병은 말 그대로 소나무의 에이즈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특별한 치료약이 없어서 한번 감염되면 소나무가 그대로 말라죽기 때문이다. 제주지역에서 소나무 재선충병이 발생한 것은 10년전인 2004년 9월말로 거슬러 간다. 당시 제주시 오라골프장 인근에서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 19그루가 발견된 뒤 지속적으로 재선충병에 감염돼 말라죽는 소나무가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의 경우 예년보다 훨씬 많은 소나무 재선충병이 제주 전역에서 발견되면서 이들 산림자원을 관리해야 하는 지방정부의 역할을 나무라는 말들이 많다. 실제 자동차를 타고 일주도로나 중산간 도로를 다니면서 보면 도로변 소나무숲이 적갈색으로 변한 곳을 쉽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벌초를 다녀온 도민들은 한곳에 모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소나무 재선충병의 심각성을 토로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조사결과 현재 도내 소나무 고사목 가운데 평균 25% 정도가 재선충에 감염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놓고 본다면 현재 파악된 고사목 3만5000여 그루 가운데 8700그루 정도가 재선충병에 감염된 것이다. 그러나 이도 표본조사에 의한 것일 뿐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지역 산림자원을 책임지고 있는 제주도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고사목이나 베어낸 뒤 할 일 다 했다고 자화자찬 하지 말고 천연솔숲을 영구적으로 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뭘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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