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정석 "'한국의 조니 뎁' 되고 싶어요"
배우 조정석 "'한국의 조니 뎁' 되고 싶어요"
  • 제주매일
  • 승인 201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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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상'서 코믹 연기로 송강호와 환상 호흡

 "유니크(특별)하고 유일무이한, 다른 배우들과 확실히 차별성 있는 느낌을 가져보고 싶어요. '한국의 조니 뎁' 같은 느낌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 조정석(33)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소박하지만 큰 꿈"이라면서 이렇게 답했다.

'뮤지컬 배우'란 타이틀을 떼고 '배우'로 거듭난 지 불과 2년. 영화 3편, TV드라마 3편이 필모그래피의 전부지만, 배우로서의 목표를 또박또박 얘기하는 눈빛은 아주 야무졌다. 게다가 그가 지금껏 보여준 연기는 그 꿈이 충분히 실현 가능할 거라는 믿음을 주기에 기대감은 더 커진다.

지난해 영화 '건축학개론'의 조연 '납뜩이'로 혜성같이 나타난 그는 1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작품 '관상'(11일 개봉)으로 다시 관객들을 깜짝 놀래 줄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 충무로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배우 조정석을 6일 삼청동에서 만났다.'

"한재림 감독님이 '건축학개론'을 보시고 러브콜 해주셨는데, 저는 한재림 감독님 작품을 다 좋아하거든요. '우아한 세계'는 여섯 번을 봤고 '연애의 목적'은 세 번쯤 봤어요. '우아한 세계'의 몇몇 장면은 줄줄 외우고 있는데, 송강호 선배님의 대사와 연기를 똑같이 보여드리니까 감독님도 놀라시더라고요."

그러면서 그는 '우아한 세계' 속 송강호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그의 송강호 성대모사는 그야말로 '싱크로율 100%'였다.

"한재림 감독님에 송강호 선배가 한다고 하니까 저한텐 난리가 난 거죠. 이건 무조건 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게다가 시나리오까지 엄청 좋은 거예요. 큰 행운이죠."

이 영화에서 그는 송강호가 연기하는 주인공 '내경'의 처남 '팽헌' 역을 맡았다. 처남-매부 사이라고 하지만, 극중 두 사람은 혈육보다 더 가까운 관계를 보여준다. 팽헌은 내경과 늘 붙어다니며 예기치 않은 역사의 격랑에 함께 휩쓸리게 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송강호와 조정석의 연기 앙상블이다. 본능적이고 동물적인 연기를 하는 송강호의 옆에서 조정석은 그보다 더 '살아있는' 연기로 관객을 즐겁게 한다. 지금껏 송강호와 이 정도의 찰떡궁합을 보여준 배우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다. 특히 두 사람이 기방에서 술에 취해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압권이다.

"감독님이 춤을 한번 춰보자고 하셨는데, 혼자 참신한 춤이 없을까 연습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강호 선배가 '저거 좋다'고 한 번 해보자고 해서 그런 춤이 나온 거예요. 조선시대 춤들은 좀 정적인 게 있는데, 그런 걸 깨보고 싶었고 전형적인 호흡이 아니라 신선한 호흡이 관객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만들어낸 춤이에요."

이번 영화에서 보여준 코믹 연기가 납뜩이의 연장선으로 보인다는 얘기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많은 분들이 납뜩이랑 비교를 많이 하세요. 그런데 전 연기하면서 납뜩이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이 역할에만 오로지 집중했죠. 다른 드라마나 영화에서 코미디를 한다 해도 그 작품 안의 캐릭터로 할 거예요. '팽헌'은 좀 더 구수하고 그 당시에 진짜 살았을 것 같은 인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굳이 사극 말투로 '뭐뭐 하시오'라고 하지 않았고 나름의 상상력으로 유추해서 표현해본 거예요."
원래 그렇게 사람들을 잘 웃기냐고 물었더니 아니란다.

"저는 되게 진지해요. 즐겁고 유쾌한 걸 좋아하긴 하지만, 제가 막 남들을 웃기는 사람은 아니예요. 하지만, 내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인데, 그 평범함을 연기에 넣고 싶진 않고, 전형적이거나 이전에 많이 보인 캐릭터를 연기하면 안 되니까 참신한 호흡을 발견하려고 노력해요. 길을 가면서 특이한 사람을 보면 유심히 관찰해서 그걸 머릿속에 갖고 있죠. 애드리브 연기도 그런 관찰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남들을 웃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는 어릴 때부터 천생 무대 체질이었다. 고등학교 축제 때 앞에 나가 춤을 췄고 교회를 다니면서 연극 무대에 맛을 들였다. 클래식 기타리스트가 되기를 꿈꿨지만, 관련 학과에 세 번이나 시험을 봐서 떨어지고 그의 끼를 알아본 교회 전도사님의 권유로 서울예대 연극과에 시험을 봤다.

결과는 단번에 합격. 연기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는 줄곧 영화배우를 목표로 했지만, 대학 때 활동한 애크러배틱 신체 단련 동아리 '프라나'에서 공연을 하던 중 뮤지컬 관계자의 눈에 띄어 2004년 '호두까기 인형' 무대로 뮤지컬에 데뷔했다.

이후 '그리스', '벽을 뚫는 남자', '헤드윅', '스프링 어웨이크닝' 등 20여 편의 뮤지컬에 출연하며 뮤지컬계의 스타로 군림했지만, 그의 마음 속에 영화배우를 향한 꿈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본 송지나 작가님이 '왓츠업'이란 드라마에 캐스팅을 해주셨고 그게 방송 편성을 받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 1년 동안 뮤지컬 공연을 못 했어요. 뮤지컬 쪽에선 왜 공연을 안 하냐, 다시 하라고 했는데, 저는 이게 기회다 싶더군요. 지금이 아니면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언제 올까 싶었죠. 그래서 당분간 뮤지컬을 안 할 거라고 선언하고 영화 오디션을 보러 다녔어요. '건축학개론'도 오디션을 봐서 합격했죠."
411만 관객을 모으며 첫사랑 신드롬을 일으킨 '건축학개론'은 그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대중의 반응이 그 당시에는 놀랄 정도로 뜨거웠죠. 그리고 영화 개봉과 하루 차이로 MBC드라마 '더킹 투하츠'가 방영되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반응이 좋았어요. 그런데, 그게 기분이 좋으면서 겁이 나더라고요. 하루는 강아지 사료를 사러 동네 동물병원에 가는데, 여중생들이 소리지르면서 막 쫓아오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 저도 같이 뛰었고 집에 쏙 들어가서 숨었어요. 다행히 그 다음부턴 기분 좋은 일들만 생겼어요. 가끔 쫓아오는 분들을 봐도 요즘엔 긍정적으로 생각이 바뀌었고요. 이젠 고마운 마음이 커서 그냥 '감사합니다' 인사해요."

최근 종영한 KBS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 이후에는 중장년 팬들도 많이 생겼다.

"주말 드라마를 하고 나니까 어머님, 아버님들이 굉장히 많이 알아봐 주세요.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의 연령층이 넓어져서 뿌듯해요. 소녀 팬이요? 소녀 팬들이 많은지는 잘 모르겠는데요(웃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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