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여론조사, 의회·정당 모두 'NO'
왜곡된 여론조사, 의회·정당 모두 'NO'
  • 제주매일
  • 승인 201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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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정시장 직선제 찬-반 여론조사’ 결과 ‘내용을 모른다’는 응답자가 무려 50.7%다. ‘알고 있다’ 49.3%보다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직선제를 찬성한 응답자가 85.9%, 반대한 응답자가 14.1%다. 조사대상자가 3000명이요 이중 50.7%가 행정시장 직선제 내용을 모르고 있는데 85.9%가 찬성, 14.1%가 반대라니 이번 여론조사 해석이야말로 암호해석보다 더 난해하다. 오죽했으면 심지어 여론조사를 대행한 신문3사 중 한 곳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고 지적했겠는가.
더 희한한 것은 동문서답(東問西答)도 아닌, 서답동문(西答東問)식 질문이다. “행정시장 직선제를 아느냐”는 물음에 “모른다”고 답하자 “행정시장직선제를 어덯게 생각하느냐”며 찬-반을 되물었다니 이게 바로 서답(西答)에 대한 동문(東問)이 이닌가. 내용도 모르는 사람이 찬-반을 어떻게 구분하며 설사 찬-반을 말하더라도 그게 진정한 민의라 할 수 있겠는가.
특히 시장 직선제 내용을 알고 있는 응답자 81.8%와 모르고 있는 응답자 89.9%가 찬성한 것으로 돼 있는데 이 또한 진정한 민의인지 의문이다. 시장 직선제 내용을 모른다는 응답자중 거의 90%가 찬성을 했다면 누구든 납득하기 쉽지 않을 줄 안다. 내용을 모르는 사안(事案)에 어떻게 찬-반을 말할 수 있었는지 놀랍다.
우근민도정의 공동여론조사 제의를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절했던 박희수 도의회 의장과 행정체제 개편을 차기 도정으로 넘기자고 주장하고 있는 강지용 새누리당 도당위원장, 고희범 민주당 도당위원장 등이 이러한 여론조사에 속아 넘을 리 만무하다. 이들은 여론조사 발표 직후 긴급 3인 회동을 열어 “도내 3개 신문사가 실시한 여론조사는 방법과 절차, 내용 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그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이콧해 버렸다.
어디 이들뿐인가. 행정공무원과 교육공무원이 가입한 공무원노조-교원노조를 포함한 14개 시민사회단체도 시장직선을 반대하고 있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우근민 지사가 과연 시장직선 찬반 여론조사에서 85.9%의 찬성을 얻었노라며 부끄러움도 모른 체 동의안을 도의회에 제출할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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