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을 넘어 세계 역도 역사에 기리 남을 대기록을 작성, 여자역도 최고의 선수로 최근 은퇴한 역도 여제 장미란에게 도전장을 던진 당찬 여고생을 만났다.
키 180cm, 몸무게 110kg으로 여고부 최중량급(+75kg) 여자역도 선수 고아랑(제주여고 1학년)이 그 주인공. 일반 학생들과 비교해선 상당히 큰 체격이지만 대회에 나가면 비교적 왜소(?)한 몸매에 속하는 아랑이의 꿈은 바로 그녀의 우상이자 꿈인 장미란을 넘겠다는 것.
한국 여자역도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장미란은 고교시절 던 지난 2001년 제82회 전국체전(충남)에서 합계 260kg(인상 115kg, 용상 145kg)을 들어 당시 한국최고기록(현재 여고부 신기록)을 새로 작성한다. 지난 12년간 수많은 도전자들이 이 기록에 도전했지만 아직 장마란을 넘은 선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아랑이는 바로 이 기록을 넘어 한국 최고의 역도선수가 되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체육회 현수진 코치는 “현재 아랑이의 기록은 209kg(인상 94kg, 용상 115kg)다. 매년 기록이 향상되고 있고, 아직 2년여의 여유가 있는 만큼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에 다니던 아랑이는 제주도체육회에 근무하는 친척의 권유로 바벨을 잡았다. 당시 아랑이의 키는 168cm, 몸무게 88kg이었다. 또래보다 월등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역도입문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당시 아랑이의 아버지는 “중간에 포기하려거든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아”며 우려의 목소리는 보냈지만, “한번 어디까지 할 수 있는 지 해 봐라”며 응원해 주신 할아버지의 지원 덕에 기분 좋게 역도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좋은 신체조건을 갖췄지만 아랑이는 힘이 부족했다. 체격과 힘, 그리고 균형이 필요한 역도에 다소 물의가 따랐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게 운동을 하면서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다져나갔다.
지난해 5월 전국소년체전에서 동메달 2개에 그쳤던 아랑이는 그해 11월 중등부경기(체전 참가선수 모두 참가)에선 금메달 2개(인상, 합계)와 은메달 1개(용상)을 수확, 제주 역도의 기대주로 성장했다. 운동시작 2년만이다.
고교 진학 이후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아직 메달 소식은 없지만 매일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자신의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장미란의 기록을 넘어서기 위한 첫 관문으로 오는 10월 전국체전 ‘입상’이란 1차 목표를 세웠다. 아직 고교 1학년이 메달을 따는 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랑이 역시 매일 성장하고 있어 그렇다고 불가능 한 일도 아니다. 아랑이의 기록은 아직 입상권과는 10kg정도 부족하다.
역도가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랑이는 “역도에 내 몸을 맞춰야해요. 내가 이 길을 선택했으니까요”라며 당차게 대답했다.
아랑이는 “이 운동이 좋아서 시작한건 아니지만 이젠 역도가 나의 진로이자 꿈”이라며 “앞으로 반드시 (장)미란 언니를 넘어서는 훌륭한 선수가 될 거예요”라고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