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는 안중에 없는 버스정류소
휠체어는 안중에 없는 버스정류소
  • 김동은 기자
  • 승인 2013.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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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권 박탈···가까운 길 놔두고 멀리 돌아가
지체장애인 김모(32)씨는 출근 때마다 가까운 길을 놔두고 먼 길로 돌아가기 일쑤다. 가까운 길로 가려 해도 인도 위 버스정류소의 폭이 좁다 보니 전동휠체어가 지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버스정류소가 전동휠체어의 폭을 고려하지 않고 설치돼 있다 보니 지나가는 게 여간 쉽지 않다”며 “좁은 폭의 버스정류소 때문에 멀리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제주시내 곳곳에 있는 버스정류소가 장애인 이동권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치돼 있어 장애인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버스정류소 설치에 앞서 전문가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아 비난을 사고 있다.

3일 오전 제주시 도남동 무지개아파트 앞 버스정류소.

한 눈에 봐도 비좁은 버스정류소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경우 도저히 지나갈 수 없는 상태였다. 이 곳 버스정류소의 폭은 80cm 정도로, 전동휠체어는 물론 일반휠체어가 지나가기조차 힘들어 보였다.

이 같은 사정은 읍·면지역도 마찬가지. 특히 함덕서우봉해변 인근의 경우 사방이 막힌 폐쇄형 버스정류소가 인도를 아예 막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제주도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37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254곳에 대해 비가림 버스승차대 설치를 완료한 바 있다.

그런데 비가림 버스승차대 또한 주변 상황 등 장애인의 이동권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설치돼 있어 장애인들의 이용 불편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실제로 제주시 아라동 사회복지법인 춘강 앞 버스정류소의 경우 장애인들이 수시로 다니는 곳임에도 불구, 비좁게 설치되다 보니 일부 지체장애인들은 사고 위험을 감수하며 차도로 걷는 등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한 장애인복지시설 관계자는 “상당수의 버스정류소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고 설치되면서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버스정류소 사이로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도록 110cm 이상의 공간을 확보한 뒤 설치하고 있다”며 “휠체어가 지나갈 수 없는 버스정류소의 경우 민원이 접수되면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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