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제주고 3학년 임지섭(18)이다.
임지섭은 1일 대만 타이중시 인터컨티넨털구장에서 열린 쿠바와의 B조 조별리그 1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안타 2개를 맞고 볼넷 5개를 내줬으나 삼진을 무려 16개나 솎아내는 위력적인 투구로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팀이 1-2로 패하자 2실점한 임지섭은 국제무대 데뷔전에서 패전투수가 됐지만 이름 석 자를 세상에 알리는 수확물을 챙겼다.
메이저리그에서 온 한 스카우트는 누군가와 통화 중 "한국 투수가 삼진을 16개나 잡았다"는 소식을 큰 목소리로 전하기도 했다.
125개의 공을 던진 임지섭은 강판할 때까지 시속 140㎞대 후반의 공을 잇달아 뿌리고 강한 어깨를 뽐냈다.
TV 화면에 찍힌 이날 그의 최고구속은 시속 152㎞.
이 소식을 들은 임지섭은 "진짜 그렇게 나왔느냐"고 도리어 되물었다.
지난해까지 마산 용마고를 다니다가 은사 성낙수 감독의 권유로 올해 제주고로 옮긴 임지섭은 그저 그런 투수에서 최고의 좌완 투수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학교에 스피드 건이 없어 구속이 얼마나 늘었는지는 정작 자신도 몰랐다고 한다.
지난해 용마고에서 남긴 성적은 3승 2패, 평균자책점 3.60인데 반해 올해 제주고에서 올린 성적은 8승 2패 평균자책점 1.14로 천양지차다.
특히 올해 79이닝 동안 삼진을 141개나 잡아내고 '닥터 K'로 입지를 굳혔다.
190㎝의 큰 키에서 우러나오는 타점 높은 직구는 그의 전매특허다.
손가락을 벌려 공의 실밥에 걸친 뒤 뿌리는 포크볼은 직구의 위력을 배가하는 두 번째 필살기다.
탄력 넘치고 힘 좋기로 유명한 쿠바 타자들은 스트라이크 존 내외곽을 윽박지르는 임지섭의 직구와 때로는 급격하게 떨어지는 포크볼에 연방 선풍기 스윙으로 물러났다.
톱타자 빅토르 메사가 세 번씩 삼진으로 돌아서는 등 선발 9명의 타자 중 7명이 멀티 삼진을 당하고 벤치로 들어갔다.
아직 하체를 완벽하게 사용해 던지는 법을 몰라 투구 자세는 미완성 단계이나 임지섭은 성실한 훈련 자세, 야구에 대한 열정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그를 2014년 연고 1차 지명 신인으로 낙점하고 발전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청소년대표팀 소집 후 8명의 투수 중 가장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 정윤진(덕수고) 감독의 기대를 한몸에 받아온 임지섭은 쿠바전에서 제 몫을 해내며 팀에 이바지했다.
긴 이닝을 던진 임지섭 덕분에 정 감독은 한주성(덕수고·두산 1차 지명) 등 두 명으로 쿠바와의 일전을 마치고 투수를 아꼈다.
임지섭은 "비가 계속 내려 훈련을 쉰데다가 대만 특유의 습한 날씨 때문에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날 경기 초반에는 구장 조명에 익숙지 않아 포수의 사인을 잘못 읽어 제구도 흔들렸다"고 되짚었다.
그는 "체인지업 등 변화구에 쿠바 타자들이 많이 속은 것 같다"며 "오늘 패했으나 동료와 똘똘 뭉쳐 남은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다시 힘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미국, 일본, 대만 등 남은 경쟁국과의 경기에서도 에이스 노릇을 해야 하는 것을 아는 듯 그는 "아픈 곳이 없어 더 던질 수 있다"며 투지를 불살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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