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이제까지 뭘 했나
우근민 제주도정이 우 지사의 핵심공약인 ‘기초자치부활’을 위한 행정시스템 결정방안을 지방 신문사의 여론조사로 결정키로 해 지역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 도지사가 선거를 치르면서 유권자들에게 입이 닳도록 약속한 핵심공약을, 그것도 취임 후 3년이 지나 임기를 1년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 이르러서야 부랴부랴 여론조사에 맡기는 기가 막히는 상황을 보면서 도민들은 헷갈리고 있다.
우근민 지사의 ‘기초자치부활’ 공약을 철석같이 믿고 3년전 지방선거에서 우 지사에게 한표를 던진 유권자들은 당시 대부분 ‘시.군 부활’, 아니면 적어도 ‘지방의회가 있는 시장직선’을 생각했다. 그런데 우 지사가 당선돼 시간이 조금 흐르는가 싶더니 이 말은 ‘제주형 기초자치부활’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에 쌓인 채 퇴행의 길로 들어섰으며 마침내는 ‘기초의회가 없는 시장직선’으로 회귀했다. 이러니 지식인들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가 우 지사의 공약이 변질됐다면서 순수한 의미의 기초자치 부활을 요구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임기 1년도 안 남겨 ‘꼼수정치’
공약은 말 그대로 후보자가 지지를 호소하면서 내거는 유권자들에 대한 약속이다. 그러기 때문에 공약검증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모색되고 있으며, 후보자 입장에선 선거 후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유권자들에 대한 의무이고 또 당연한 책무이다. 그런데도 임기를 불과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돌연 지방일간지를 통한 여론조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제주도의 이 같은 행위는 다분히 비판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입으로 내뱉은 공약을 정정당당하게 이행하면 될 일인데도 굳이 언론사에 막대한 혈세를 퍼주고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나중에 자칫 일이 잘못됐을 경우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속 보이는 행태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
특히 기초자치부활이라는 핵심공약을 해 선거판에서 이기고도 도의회까지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어떻게 중앙정부나 국회를 설득시켜 공약을 관철시킬 수 있을 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더욱이 최근 여야가 첨예하게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어느 정당이 자신들의 정파와 상관없는 무소속 지사의 공약실천에 적극적으로 나서줄지도 의문이다.
유권자들이 진실 더 잘 알아
이 같은 제반 상황들을 놓고 볼 때 최근 우근민 제주도정의 행태는 ‘꼼수’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으며 비난받아 마땅하다. 오죽했으면 방송사들은 우근민 도정의 여론조사에 참여하지 않았겠는가. 당당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그렇지 못하면 솔직하게 유권자들에게 이해를 구하면 될 일인데도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비정상적인 방법에 의존하는 ‘꼼수정치’를 과연 유권자들은 모를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제주도는 최근 ‘행정시장 직선제’를 홍보하는 장이나 다름없는 도민보고회 행사를 가졌다. 제주도는 더 나아가 이 같은 행사가 성에 차지 않았는지 TV 대담과 팸플릿 배포, 각종 행사장을 통한 설명회 및 홍보영상 상영 등 사실상 ‘행정시장 직선제’를 염두에 둔 홍보전을 전개했다. 제주도의 이 같은 일련의 행태는 ‘관제 여론몰이’라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우근민 제주도정은 이번에는 이도 모자라 공론화 과정 없이 여론조사를 시행하도록 했다. 누가 보더라도 이 같은 상황에서의 여론조사는 ‘관제여론조작’이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한 시민단체 인사는 “이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민들의 반대여론을 잠재우려 하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는 등 우근민 제주도정의 진정성이 총체적으로 의심받고 있다. 유권자들이 무섭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꼼수정치’를 더 이상 용납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