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시리아 공습 관측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공습을 검토 중인 미국·영국이 시리아 인근 지중해에 군사력을 증강하는 데 맞서 공습에 반대하는 러시아도 이 해역의 군사력을 증강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면서 긴장 국면이 조성됐다. 하지만 러시아 해군은 관련 보도를 즉각 부인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29일(현지시간) 자국 총참모부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해군이 지중해 파견 함정 수를 증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시리아 인근) 지중해 동부 해역에서 조성된 상황이 러시아로 하여금 (이 해역에 상주하는) 해군 분함대 구성을 일부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며칠 내로 분함대에 북해 함대 소속 대함 함정이 추가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뒤이어 현재 북대서양에서 임무를 완수하고 지브롤터 해협 쪽으로 이동할 흑해함대 소속 미사일 순양함 '모스크바'도 가세할 것"이라고 전했다.
흑해 함대의 지휘를 받는 지중해 상주 분함대는 지난 7월 1일부터 임무 수행에 들어간 바 있다. 분함대는 4개 그룹으로 나뉘어 지중해의 서쪽과 동쪽 해역에 분산 배치돼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당초 지중해 상주 분함대 파견 계획을 밝히면서 북해함대, 발틱함대, 흑해함대, 태평양함대 등 4개 함대에서 차출된 다양한 규모의 함정 10척과 3~4척의 지원함으로 구성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시리아 공습 계획에 따라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지중해 군사력을 증강하는데 맞서 러시아도 함정 수를 늘리기로 했다는 설명이었다.
앞서 일찌감치 지중해에 군사력을 배치했던 미국은 지중해 동부에 다섯번 째 구축함을 파견했다고 미 국방부의 한 관리가 전했다.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영국 국방부도 키프로스 내 아크로티리에 운영하는 자국 공군기지에 타이푼 전투기 6대를 급파했다고 밝혔다. 키프로스는 시리아 해안에서 불과 200km 거리에 있다.
영국 국방부는 "시리아 지역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어 공군기지를 방어하고 국가의 이익을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며 "이들 전투기는 시리아에서 군사행동에 참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지중해에 함대도 보유하고 있다.
인테르팍스 통신 보도로 지중해에서 서방과 러시아의 해군력이 맞대결을 펼치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자 러시아 해군은 곧바로 관련 보도를 부인하고 나섰다.
러시아 해군사령부 고위 관계자는 현지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지중해 분함대의 함정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교대하는 것일 뿐이며 이는 시리아 사태와 연관이 없다고 반박했다.
소식통은 "지중해와 세계 다른 해역에 배치된 러시아 함정들은 해군 사령부와 총참모부의 (평시) 작전 계획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며 "함정들은 임무를 마치면 원래 기지로 귀환하고 다른 함정들이 대신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는 분함대 구성 변경이 아니며 정기적인 교대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러시아 해군 관계자도 하루 전 인테르팍스 통신에 "지중해 분함대의 전력을 증강하라는 어떤 지시도 받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서방이 시리아에 군사개입을 하더라도 러시아는 군사력으로 대응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