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웃 나라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는가.
-주로 일본과의 역사를 중심으로 생각 한다-
1592년, 조선에 한 장수가 있었다, 그는 여진족을 물리치는데 큰 공을 세운 장수였다. 부산에 왜군이 상륙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는 장담하며 임지로 내려갔다. 적은 이미 상주까지 이르러 있었다. 그 장수는 접전 1분이 안되어 예상이 정반대로 빗나갔음을 알았다.
왜군들의 부지깽이 같은 것에서 탕하는 소리가 나자 연기와 더불어 우리 쪽 군사들은 힘없이 쓰러져 갔다. 그것은 세상에서 처음 보는 조총이란 것이었고. 우리 쪽의 무기는 활과 칼이었다. 군사들이 낙엽처럼 떨어져 가자 그는 달아나기 시작했다.
혼자 말을 타기도 하고 뛰기도 하고 갑옷을 벗어던지고 옷을 벗어 버려 알몸이 되기도 하면서 겨우 살아나 서울에 도착하였다.. 한쪽에선 신입 장군 등 수많은 우리 군사들이 장렬한 전사를 해가며 적을 맞아 싸웠지만 왜군은 간단히 이기고 파죽지세로 서울로 올라왔다. 만약 이순신이장군이 없었다면 한일-조일-합방은 이 때 되어버렸을는지 모른다.
임진왜란이 있고 나서 270여년 후 1870 대에 다시 일본은 한국을 정복하자는 정한론을 놓고 불이 붙어 다투었다. 그러나 이 때는 주장자의 패배로 중지되었다. 그로부터 30여년 후 1905년 일본은 우리와 을사 보호 조약을 체결하고 국권을 박탈하기 시작했다. 이 땐 이순신도 없었고 일본에 정한론분열도 없었다.
일본은 도대체 어떤 나라이기에 우리가 그들을 해친 것도 아닌데 우리를 잡아먹지 못해서 이렇게 안달해 왔는가. 일본은 왜 지금도 교과서와 독도 문제 등을 놓고 이렇게 시끄럽게 하며 독일과 달리 과거의 일들에 대해 반성하는 기색도 보이지 않은 것인가.
역사가 H.G.웰스가 19세기 후반에 있어서 일본의 발전을 보고 세계에 유래가 없는 일이라고 극구 칭찬한 나라, 패전의 폐허 위에서 눈부신 경제건설을 이룩한 나라 일본, 그러나 이 나라는 도대체 어떤 나라인가. 이 나라의 이념과 성격은 무엇이며 이 나라 국민이 중심이 되는 사상과 국민성이 무엇이며 이 나라 국민의 장점은 무엇이며 단점은 무엇인가 .
임진왜란 직전에 있었던 조정의 한 가지 일은 우리가 일본이나 나아가 이웃나라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우리의 태도를 반성케 한다. 임란이 있기 전에 조선의 사신들은 일본에 반년 동안이나 묵으며 정세를 살피고 돌아왔다. 서인 황윤길의 보고는 이러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눈이 광채가 있어 보이고 키는 작은 편이나 담과 지략이 많은 것 같이 보이고 아무래도 우리나라로 쳐들어 올 염려가 있습니다.” 동인 김성일은 말했다.“신이 보기엔 히데요시의 눈이 쥐새끼 눈 같아 큰일을 하지 못할 인물 같습니다.” 조정은 동인 김성일이 보고를 채택했다.
첫째 당파적으로 보고가 되어지고 안일한 쪽으로 선택이 이루어진 점이다. 물론 일본의 교과서문제와 독도 문제에 대하여 당파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이나 우리의 주위에 있는 나라에 대한 태도에 우리는 반성하여야 할 점이 없는 것일까.
둘째 조선의 사신이 일본에 반년이나 머물면서 보고 왔다는 것이 이 정도라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그의 눈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정도의 보고다. 물론 눈치로 밥 먹고 살아가는 왕조라는 체제 아래이기에 눈을 주시해서 봤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런지도 모른다. 그리고 주자학이라는 관념의 학문에 익숙한 탓으로 실용적인 것을 보는 눈이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년 간 정세를 살피고 와서 했다는 보고치고는 해도 너무한 것이다 그들이 일본에 가득한 조총이란 것마저 눈여겨보지 못하고 돌아 온 것이다. 이미 40여년 전에 일본은 조총에 대해 외국으로부터 배워 산간벽지의 한촌까지 이 총이 넘쳐나고 있었다. 우리도 오늘날 이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피상적으로 일본이나 이웃의 나라들을 보면서 이해했다고 자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깊이 있는 이웃나라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고 그 연구는 사장되지 말고 국민 속에서 널리 익혀지고 그들의 장점은 배우고 단점은 버리며 미래의 일들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처해 가야한다. 2005년 3월 1일 발행한 제주도 출신의 이규배 박사가 저술한 ‘일본, 두 얼굴의 이야기’는 이러한 이웃 나라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의 좋은 본보기가 되는 책 중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