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제주도 고용률이 70.8%로 전국 16개 시-도 중 최고란다. 고용노동부의 발표다. 고용의 질(質)이 어떻든 우선 양적으로나마 ‘전국최고’라는 말에 기분이 나쁘지 않다.
그러나 ‘제주 고용률 전국 최고’는 통계상 숫자에 불과하다. 고용률이 아닌, 고용의 질(質)을 놓고 볼 때 제주 고용시장은 전국 최고에 훨씬 못 미친다. “겉은 전국 최고지만 속은 텅텅 비어 빛 좋은 개살구”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는 것 같다.
고용노동부 관계자의 말처럼 각 지역 노동시장의 특징은 인구규모와 분포, 산업구조에 다라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때문에 일자리 창출 정책을 입안(立案) 할 때는 먼저 그 지역 여건을 정확히 진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비록 제주고용률이 통계상 수치로 전국 최고라지만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은 41.7%로 강원 43.4%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바꾸어 말하면 고용률은 전국 최고지만 정규직 비중은 전국 두 번째로 꼴찌라는 얘기다.
이러한 현상은 역시 제주의 인구규모와 분포, 산업구조에 의한 노동 시장의 특징 때문이다. 취업자 중 상당수가 농촌 인력으로 흡수되고 있으며,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 유치기업들도 비정규직 위주로 채용하고 있다. 제주도 전체 고용인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근로자들이 비정규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비정규직만이 아니다. 임금-근로시간에서도 전국 최고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 임금의 경우는 근로자 월 평균 213만5000원으로 전국 꼴찌며, 근로자 평균 노동시간은 41.3시간으로 전국 평균 41.1시간과 0.2시간 차이로 엇비슷하다.
특히 심각한 것은 제주 노동시장의 핵심이어야 할 청년층이 취업자의 9.5%에 불과해 이 역시 전국 꼴찌라는 점이다. 이렇듯 정규직 비율, 임금, 청년 취업자 비율, 근로시간 등이 전국 꼴찌이거나 평균 수준이라면 고용률 최고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제주도는 단순히 고용률만을 위해 정책을 입안 하거나 그것에 만족해서는 결코 안 된다. 제주도의 연령별 성별 분포와 산업 구조 등 고용 환경을 면밀히 분석, 설사 양적 고용율은 전국 평균에 머무는 한이 있더라도 고용의 질만은 전국 최고를 지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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