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통계상 최고…OECD 국가 중엔 최저 수준
법적 혼인관계가 아닌 남녀 사이에 태어난 아기가 지난해 1만명을 넘었다. 이에 따라 미혼모 관련 정책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혼외 출생자 증가세 뚜렷…임신중절도 많아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외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는 전년보다 1.9%(185명) 늘어난 1만144명이었다.
이는 해당 통계를 낸 1981년(9천741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혼외 출생아는 저출산의 여파로 1997년 4천196명까지 급락했으나 2000년 이후에는 연간 5천명을 계속 웃돌았다. 2003년(6천82명), 2007년(7천774명), 2011년(9천959명)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재원 통계청 인구동향과장 "과거 혼외 출산을 굉장히 나쁘게 보던 인식이 조금씩 약해지면서 혼외 출생아 수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생아 중 혼외 출생아의 비율은 2.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가장 낮았다.
동거 출산이 보편화한 유럽연합(EU)에서는 27개국의 혼외 출생자 비율이 1990년 17.4%에서 2011년에는 39.5%로 상승했다. 에스토니아는 60%에 달했으며 슬로베니아(57%), 불가리아(56%), 프랑스(5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의 경우 전체 혼외 임신의 극히 일부분만 출산으로 이어지고 대부분은 낙태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건복지부 집계 결과, 2005년 미혼 여성의 연간 인공임신중절 시술 건수(14만3천918건)는 전체 중절 건수(34만2천433건)의 42%를 차지했다.
불법낙태 단속이 강화됐던 2010년에 가임기(15∼44세) 여성 4천명을 대상으로 벌인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로는 임신중절자(추정치)가 16만9천명이었다. 미혼 여성의 인공 임신중절률(인구 1천명당 임신중절 시술 건수)은 14.1건이었다.'
◇출생통계 신뢰성 강화해야…미혼모 지원정책 '절실'
전문가들은 미혼모로부터 버려지는 아이들을 포함하면 혼인 외 출생자 수가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출생아 통계는 부모가 구청·동사무소 등에 제출한 출생신고서를 토대로 작성된다. 총 출생아 수는 '혼인 중의 자', '혼인 외의 자', '미상'을 합친 것이다.
부모는 구청이나 동사무소에 출생신고서를 제출할 때 혼인 여부를 밝혀야 하는데, 기아(부모가 버린 아기)나 영아(태어나자마자 사망해 출생신고도 사망신고도 안 된 경우)는 확인할 수 없어 '미상'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미상의 수치는 연도별로 편차가 심해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1998년까지 거의 '0'에 머물던 미상은 1999년부터 갑자기 1천362명으로 집계됐다. 이후 2003년 4천351명으로 급증했다가 2009년 1천781명으로 급감했고, 작년에는 1천67명을 기록했다.
통계청은 1999년부터 화장장의 영아사망 자료와 지방자치단체의 기아 통계를 받아 출생통계의 미상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미정 연구위원은 "출생신고에서 누락된 아이들은 인신매매 위험에 놓일 수 있다"며 "병원에서 출생증명서 발급과 동시에 출생신고가 이뤄지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권고했다.
혼인 외 출생과 낙태가 증가하는 가운데 미혼모에 대한 정책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영철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미혼모들은 사회적 편견 뿐 아니라 취업이나 일상적인 경제활동에서도 차별에 시달린다"며 "이 때문에 동거나 연애 중 임신한 경우 대개 낙태를 선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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