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창업 자금을 융자받아 열심히 한 해 한 해 농사를 지으면서도 이자를 벌어들이기는커녕 오히려 생돈 잡아먹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아먹는 그는 이제 '농부의 아내'가 아니라 자기자신의 마음을 농사짓는 '농부'이기를 자청한다.
제주에 귀농한지 1999년이래 7년째를 살아가는 조선희씨(42)가 서귀포·남제주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글과 그의 귀농생활에 얽힌 무수한 이야기들을 모아 '제주 바보 이야기'에 펴냈다.
첫 책 '마흔에 밭을 일구다'이후의 기록으로 '태어난' 농부가 아니라 '되어가고 있는' 농부의 성장일기인 셈이다.
300쪽에 이르는 '제주 바보 이야기'에는 그는 익살스럽고 소녀같은 눈으로 제주를 바라보면서도 기자출신답게 자연스런 일상을 또 무던히 넘기지 않고 그 속에 또 다른 의미를 찾아내고야 마는 날카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이야기 90여편이 수록됐다.
특히 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과수원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했던 그 당시 아찔한 순간과 또다른 봄을 맞아 새순이 움틀 씨앗을 심으며 설레던 그 순간 순간이 눈앞에 그려지듯 정밀묘사된다.
또한 간간이 이왈종 화백의 삽화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 책에서 그는 누구든 쉬이 실천하기 힘든 농사를 지으면서도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다.
"내손으로 무엇인가를 거둬들이는 생산의 길을 찾아 여기에 온 것임을 그래서 이 길이 비록 남루하긴 해도 즐거울 수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 또한 얼마나 행복인가 부자가 아니어서 불편한 적은 있어도 부자가 아니어서 불행한 적은 없는 나는 영락없이 바보다"
조선희씨는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무등일보와 경인매일의 문화부, 정치부 기자를 거쳐 지난 1999년 남편 윤석환씨와 함께 제주로 와서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 감귤농사를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