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농업인단체협의회(회장 고문삼) 등 도내 농업인단체는 20일 제주도농어업인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차원의 가뭄대책을 주문했다.
농업인단체는 “저수지의 물이 말라붙어 이미 중산간 지역 마을은 농업용수는 고사하고 식수마저도 격일제로 단수조치가 이행되고 있다”며 “특히 일부지역에서는 농업용수마저 끊겨 농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가뭄으로 농작물이 말라죽거나 싹이 트지 못하고 심지어는 감귤나무마저 말라죽는 상황이 벌어지는 등 제주지역 농작물 자체가 폐작 될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실제 제주도가 농작물 가뭄피해상황을 조사한 결과 제주시 구좌읍지역과 서귀포시 성산읍지역에서 재배되는 당근만 하더라도 1552ha의 파종면적에서 약 576ha가 가뭄으로 인해 발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재파종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또 양배추와 브로콜리, 마늘, 감자 등 월동채소 파종 및 정식작업도 지연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재배되고 있는 콩, 참깨, 밭벼, 고구마는 생육부진으로 수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감귤의 경우에는 장기간 비가 내리지 않아 말라죽거나 생육이 저하돼 ‘1번과’가 과잉 생산될 우려를 낳고 있다.
축산농가 역시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식욕감퇴로 사료를 먹지 않는 돼지나 닭들이 늘면서 발육부진과 번식률 저하는 물론 폐사까지도 우려고 있는 상황이다.
농업인단체는 “오늘의 물 부족사태는 극심한 가뭄에 따른 자연재해라고 볼 수 있지만 더욱 큰 문제는 가뭄에 따른 특별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라며 “이는 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와 행정당국의 문제도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 제주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정부차원의 가뭄대책을 세워달라”고 촉구했다.

농업인단체는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앞으로도 가뭄이나 홍수 등 이상기후 현상은 매년 되풀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장기적인 물 관리대책 마련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