碩學들의 한심한 “의회 없는 시장 직선”
碩學들의 한심한 “의회 없는 시장 직선”
  • 제주매일
  • 승인 201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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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학 총장 출신과 명문 사립대학 명예교수 등 석학들이 ‘우근민형(型) 특별자치제’인 ‘기초의회를 두지 않은 시장 직선제’를 권고하고 나선 것은 한심 한 일이다.
‘행정체제 개편위원회’에 참여 했던 이들 석학들은 ‘의회 없는 시장 직선’을 권고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있다. 제주도가 주최하고 있는 ‘읍-면-동 행정체제개편 도민보고회’에까지 공무원들과 함께 참석, 이를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옹호하고 있다.
명지대 정세욱 명예교수는 12일 열린 ‘도민보고회’에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기초 자치단체의 부활”이라고 솔직히 인정하면서도 관련 법령의 개정, 현실적 시행상의 어려움 등을 들어 비록 의회는 없지만 나름대로 장점도 갖고 있는 시장직선제가 유일한 대안임을 주장했다.
이러한 설명을 들으면서 우리는 도대체 제주도민들이 과연 ‘풀뿌리 민주주의’를 만끽하고 있는 21세기에 살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석학들마저 과거 박정희 독재 시절에나 했으면 좋았을 얘기들을 30년도 더 지난 지금에야 뒤 늦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만약 서슬이 시퍼렇던 박정희 군사 독재 시절 “비록 의회는 없더라도 시장만은 주민들이 직접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면 아마도 그 석학은 국민의 영웅으로 추앙 받았을 것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도민들은 풀뿌리 민주주의 시대요, 특별자치도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럼에도 의회를 배제한 채 시장만을 직선하자는 것은 시대 역행이자 독재적 발상이다. 만약 의회 없는 시장직선제가 태어난다고 해 보자. 지방선거 때가 되면 득표 전략상 도지사 후보마다, 그리고 시장 후보마다 사실상의 러닝메이트가 형성돼 당선된 도지사와 시장은 지방의 제왕적 대통령과 소통령(小統領)으로 짝을 이뤄 제주도를 농단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10년도 못가 또 다시 행정체제 개편을 요구하는 봇물이 터질 터이다.
제주도가 만약 현 체제가 잘못 됐고, 기초자치단체 부활이 어렵다면 차라리 현행 2개 행정시를 없애고 일선 읍면동 중심의 대동제(大洞制)를 실시, 인력과 예산을 절약하고 주민도 편하게 하는 게 훨씬 낫다.
행정체제 개편위원회도 꼭 의회 없는 시장직선제가 유일 한 대안이라고 판단된다면 권고 사항에 “주민 투표에 의한…”이라는 조건을 달아야 한다. 현행제도가 주민투표에 의해 채택 됐기 때문이다. 전체 도민의 선택이라면 좋던 싫던 따라야 하는 게 민주주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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