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밀양여름공연 예술축제를 다녀와서 -정민자
2013 밀양여름공연 예술축제를 다녀와서 -정민자
  • 제주매일
  • 승인 201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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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올 휴가를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 다녀왔다. 언젠가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었기에 이번 휴가지는 밀양연극촌으로 정했다. 단원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 같은 시기에 휴가도 받고 가능하면 많은 단원이 참가할 수 있는 날짜로 8월 첫 주를 잡은 것이다. 식구들과 함께 온 단원들도 여럿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더 의미가 있었고 좋은 공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단원들과는 공연하기 위한 여행이야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온전히 연극공연 관람과 연극촌에서의 생활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한, 공부하기 위한 여행은 처음이었다. 말로만 듣던, 언론에서만 보던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를 직접 보게 되어 큰 공부가 될 거라는 기대에 솔직히 약간의 흥분도 했다.
 
2013 밀양여름공연축제는 ‘연극, 전통과 놀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입구엔 북카페, 중앙엔 솟대마당 등 6개 공연장이 마련돼 다양한 공연을 맛볼 수 있었다. 또 전국에서 연극 마니아들까지 몰려 연일 북적북적 대는 연극축제면모를 볼 수 있었다. 푹푹 찌는 더위를 마다치 않고 교통도 불편한 연극촌으로 몰려든 관객의 수는 상상 이상이었다. '입추의 여지가 없다'는 말이 실감 났다.
축제 기간 중 성벽 극장에서는 밤 10시부터 뮤지컬 ‘한여름밤의 꿈’, ‘한여름밤의 꿈’, ‘로미오와 줄리엣’, ‘맥베스’, ‘탈선춘향전’과 3,4일 마지막 공연으로 손숙의 ‘어머니’ 공연이 이어졌다. 1200석 성벽극장 좌석이 일찌감치 매진됐지만, 무대 앞과 통로에 100여 명이 더 입장해 경상도 사람 말대로 '낑겨서' 봐야 했다. 밤 10시 공연임에도 끝나는 시간이 12시가 훌쩍 넘긴 시간에도 관객은 불평 한마디 없이 공연을 즐기고 있었고 자리가 없어 일부는 무대 뒤에서 서서 관람했다. 더욱 기이한 건, 폭우가 내리다가도 공연시간이 다가오면 그친다는 것이었다. 마치 하늘이 도와주는 것처럼, 그리고 4시간 이상의 야간공연을 관람하는데도 무슨 영문인지 모기에 물리지도 않았다. 나중에 들은 말로는 연극촌 주위에 연못을 조성해 연꽃을 심고 미꾸라지를 잔득 풀어놨더니 이처럼 모기가 없단다.
  3박 4일 동안 우리는 제주에서의 연극축제를 기획하고 허물고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제주는 관광객이 많이 오는 세계적인 관광지이지만 ‘내놓을 만한 문화축제가 없다’며 ‘제주에도 제주다운 특색 있는 공연예술축제가 있어야한다’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자연경관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곳이지만 자연경관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도 한계는 분명 있다. 그 한계를 극복할 대안은 제주의 독특한 문화자원을 보여줄 수 있는 문화예술축제가 아니겠냐며.
제주의 역사와 전통, 문화자원에서 창작의 원천을 찾고 이것을 변용, 재창조해야 하는 과정과 제주다운 것을 발굴하고 보존 계승하는 것뿐 아니라 예술작품의 브랜드를 높여야 하는 과제도 있다. 지자체의 지원과 함께 제주예술인들이 열정과 책임감으로 뭉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우리 제주에서도 제주신화를 소재로 만들어진 자청비나 설문대이야기가 상설 공연되고 다양한 공연예술축제들이 더 많은 국내외 마니아들을 불러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 연극축제도 있으면 더 행복할 것 같다.

세이레어린이극장 대표 정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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