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사회공헌-윤재춘
은행의 사회공헌-윤재춘
  • 제주매일
  • 승인 201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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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사회공헌에 대한 책임이 커지고 있다. 새정부 들어서 금융감독기관의 은행 경영실태평가에서도 은행에 대해 사회공헌 반영비중이 크게 확대됐다. 은행 입장에선 자율 경영방침이어서 따를 필요는 없지만 올해 상반기 수익이 크게 떨어진 은행은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고대 로마신화를 보면 문의 수호신인 야누스가 나온다. 로마인들은 문 앞뒤가 없으므로 야누수가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고 생각 했는데, 이런 이유로 야누스는 두 가지 모습을 갖고 있는 것을 빗대는 말로도 쓰인다. 야누스처럼 은행 역시 수익성을 추구하는 금융회사와 공익을 수행해야 하는 금융기관이라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이 수익성과 공익성을 조화롭게 추구해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양자 간 균형점이 어디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있어 왔다.

과거 자금의 조달창구 기능을 주로 수행해 온 은행은 IMF 외환위기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영리성과 상업성을 회복함에 따라 은행의 건전성·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고 은행시스템의 안전성이 제고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은행들이 단기적인 수익성에 치중하며 국민경제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필요한 공공성과 사회책임은 등안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특히 공적자금으로 회생된 은행이 예대마진 및 수수료 부과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반면, 수익의 대부분이 국내외 주주와 임직원에게만 돌아간다는 사실을 주목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응하여 국내 은행들은 지속가능경영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대부분의 은행들이 사회복지, 교육장학, 문화예술, 환경보존 등의 분야에서 기부, 출연, 자원봉사 등 사회공헌활동들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국내은행들은 2008년 4833억원, 2009년 5188억원, 2010년 5628억원, 2011년 6614억원, 2012년 6990억원을 사회공헌 비용으로 지출했다. 특히 지난해는 순이익이 줄어든 와중에도 사회공헌 비용을 늘렸다. 해외 선진은행이 당기순이익의 1%에 못 미치는 금액을 지원하는 것을 볼 때, 이런 우리나라 은행의 사회공헌은 지원금액과 참여 인원면에서 높이 평가 받을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은 사회적 책임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이런 비판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단순한 사회환원이나 자원봉사 수준을 넘어 지속가능경영의 핵심수단으로 급부상 하였다.

사실 은행의 사회공헌은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적극적인 공익활동 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의 재능기부 등 소극적 공익활동과 은행의 공익상품을 개발해 판매수익 일부를 기부하여 수익성과 공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중립적 공익활동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수익을 환원하는 적극적 공익활동 만을 은행의 사회공헌활동으로 인식하고 은행의 사회공헌활동이 미흡하다는 측정과 평가에 대해서는 새로운 접근과 평가 방법이 필요한 부분이다.

제주자치도 사회공헌 대표 금융기관은 제주농협과 제주은행이다. 두 금융기관은 지역은행으로서 사회공헌활동 평가에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제주농협은 수익의 많은 부분을 교육·지역경제활성화·소외계층 지원에 환원하고 있으며, 또 전임직원 기부운동 참여, 합창단활동 등 재능·교육기부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제주은행 또한 임직원봉사·환경정화·소외계층 지원 기부 등 지역과 상생하려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은행의 사회공헌을 요구하는 사회적 변화는 앞으로 더욱 지속적으로 강화 될 것이며, 점차 은행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뜻한 금융, 나눔 금융을 실천해 성장의 혜택을 같이 누리는 사회를 만드는데 있어서 은행이 선도적 역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단순히 기부만 하는 사회공헌을 넘어 은행산업의 경쟁력에 도움을 주고 국민에게 신뢰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사회공헌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좋은 본보기를 제주자치도 금융기관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상반기 은행수익이 금융위기 후 최악이다. 사회공헌활동 비용이 줄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사회공헌을 단순한 ‘비용’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NH농협은행 제주영업본부 차장 윤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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