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도착한 구좌농협 하도지점. 근처에서 좁디좁은 골목길을 따라 가다 보면 제주 돌담이 그대로 보존된 '별방 갤러리'를 찾을 수 있다.
8일 오후에 만난 '별방 갤러리' 문정실 대표(55)는 "이곳은 1948년 제주 4·3사건 당시 지어진 집이라 더욱 의미가 있는 곳"이라며 갤러리 소개에 나섰다.
그는 "남편 김영중씨와 하도리에 산책을 왔다가 현재 이곳을 발견했어요. 사방이 전부 돌로 구성됐고, 전통 공법으로 지은 돌집과 집담 등은 현대 추상화가 '몬드리안' 작품과 흡사한 인상을 풍기고 있었어요. 알고 보니 10여 년간 사람이 살지 않았어요"
육지에서 오랫동안 살다 보니 '제주다운 것'을 잊고 살았다. 오랜만에 마주친 '제주 돌집'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이 공간을 '가정집'으로 쓰려고 했지만, 집 내·외부가 너무 아름다워 '가장 제주도다운 돌집 갤러리'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바람'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3여 년간 이곳을 뜯어고쳤다. 지난 4일 3채의 작은 돌집이 '별방 갤러리'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농어촌에도 갤러리는 필요해요. 또한 근처에 올레 21코스가 있어서 올레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지역 주민분들이 저희 갤러리에서 모여 소통을 하고, 작품을 보기 위해 삼삼오오 모인다는 상상을 해보니 서두를 수밖에 없었어요"
갤러리에서는 전시회뿐만 아니라 제주 전통문화와 관련 학술세미나 등도 이뤄지고 있다.
특히 갤러리 외부에는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물팡(물허벅을 올려놓은 돌받침대)과 통시(화장실), 테왁(해녀들이 해산물을 채취할 때 사용하는 부력 도구)등이 '옛것 그대로'재현돼있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것 중 하나다.
갤러리는 개관 전부터 주민들로부터 '관심 1순위'였다. "나도 도와주겠다. 말만 하라"며 여기저기서 팔을 걷어붙였다.
갤러리 개관 후 어르신들은 "갤러리 잘도 예쁘게 잘 꾸몄져. 작품 잘 보고 감 쪄"라는 말을 빠짐없이 하고 간다.
현재 별방 갤러리에는 그의 남편이자 서양화가인 김영중씨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하도해수욕장, 성산일출봉, 하도 포구 등대, 제주 해녀 등을 그린 작품 3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어르신들은 전시가 낯설어서 갤러리 근처만 맴돌다가 그냥 가시더라고요. 하지만 갤러리 안에서 보이는 제주 해녀 등의 작품을 보고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하세요. 몇 시간 전에도 물질을 마친 해녀 3~4분이 구경하다 가셨어요"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제주만의 전통 돌집과 구조물 등이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콘크리트로 지어진 집이 많아져서 너무 안타까워요. 전부다 '현대적인 것'밖에 없죠. 지금이라도 제주의 '옛것'이 보존돼야 해요"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지역주민들이 항상 관심 어린 눈으로 바라봐주고 있어 너무 기뻐요. 앞으로 신인작가, 프로·아마추어 등 선을 긋지 않고 누구든지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에요"라고 말했다.
'별방 갤러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된다. 쉬는 날은 없다.
주소=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1436-7(하도서길 17).
문의)010-6856-3930.

